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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하기 빼기로 시작하는 이노베이션
    초기 이노무브 글 2005. 1. 5. 07:03
    천재 따라 하기

    많은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노베이션은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을 “창조적 파괴” 또는 “새로운 사업 방식”이라고 넓게 정의하면 도요타 생산 시스템도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이지만, 이 글에서는 백화점이 주류인 시기에 등장한 할인점이나 편지가 주류일 때 등장한 e-mail 같이 수요자 입장에서 상당히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좁게 정의하자. 이노베이션이 기업과 시장 경제에서 얼마나 근본적인 이슈냐 하는 이론적인 얘기는 관심을 가질 사람도 있고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겠으나, 폭발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심이 있을 것이다. 번득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항상 출현하고 있다. 최근의 한국 시장만 보아도, 미니 홈피, 저가 화장품, MP3 플레이어 등 많은 이노베이션이 우리의 삶을 바꾸면서 불황에 허덕이는 많은 기업들 사이에서 고성장을 즐기고 있다.

    문제는 이노베이션이 역사적으로 천재 기업가들의 전유물이었다는 것이다. 에디슨,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이건희 회장은 모두 조금 괴상한 사람 소리를 듣다가 결과적으로 천재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은 자서전적 저서의 제목을 “Only the Paranoid Survive”라고 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과도하게” 환경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고 집착해야만 생존하고 성공한다라는 믿음을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특출한 개인들의 전유물인 이노베이션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노베이션 엔진이 가능할 것인가? 필자는 부분 긍정이다. 항상 보통의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 넘는 일을 하는 천재들은 존재하겠으나, 그들이 어떻게 이노베이션을 만들어내는 지를 잘 관찰하여 그 패턴을 이해한다면 이노베이션을 어느 정도는 체계적으로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이노베이션 패턴인 더하기 빼기에 대하여 논의하여 보자.

    더하기

    EXR이라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있다. Evolution과 Revolution을 조합한 것이라는 회사의 이름에서부터 이노베이터가 되고자 하는 창업자의 의지가 강하게 묻어 나오는 회사이다. 창업한 2002년에 매출 110억 원, 2003년에 780억 원, 2004년에는 1,350억 원으로 창업 3년 만에 벌써 1,000억 원을 초과하였다. 이 회사는 어쩌면 자신들을 스포츠 의류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할 지 모른다. EXR은 자신의 상품을 Caports(=Casual + Sports)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얘기하고 있고 창업자인 민복기 사장은 “EXR은 Progressive를 판다”고 얘기하고 있다.

    10여 년째 전통적으로 나이키나 리복 등 세계적 대기업들의 독무대였던 이 시장에서 EXR은 어떻게 이러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게다가 EXR의 상품은 트레이닝 상하의만 해도 20만원 정도 하는 고가이어서 해외 브랜드가 무시하는 저가 시장 브랜드도 아니다. 핵심적인 요인은 스포츠 의류에 디자이너 의류 수준의 패션 감각을 더한 것이다. 최근의 기사에 의하면 초기에 사장이 뉴욕에 가서 10여일 동안 디자이너들과 밤샘을 하며 차별화 포인트를 잡아내는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스포츠 의류 또는 편한 캐주얼을 사는 고객들은 여러 가지 니즈가 있겠으나, “스포츠 의류는 편하고, 웬만큼 보기 괜찮고, 거기에 더하여 나이키 같은 브랜드가 찍혀 있으면 더 좋은 것”이라는 평균주의적인 틀을 벗어 나지 않던 시장에 다른 요소보다 패션 감각을 과도할 정도로 더한 상품을 만들어 내었고, 상대적 고가격에도 불구하고 히트 시킨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창업자가 고객의 차이를 인식하는 이노베이션 전략가적인 사고를 분명히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EXR의 고객은 자의식이 강하고 패션 리더의 성향을 가진 매니아”라고 얘기하고 있고, (계속하는 지는 모르나) 실제로 EXR은 날씬하고 섹시한 고객만을 상대하기 위해 단 두 종류의 사이즈만 생산하였다고 한다. “내 모델을 선호하는 고객은 있다. 싫은 고객은 다른 모델을 택하라.”라는 어떻게 들으면 교만하다고까지 생각되는 충성 고객 중심의 사고 방식은 이노베이터들이 보여주는 주요한 특징이다.

    미국에서 90년대 이후 여성 속옷 시장을 바꿔 놓은 Victoria’s Secret도 “미국 여성들은 편한 속옷을 입는다”라는 통념을 뒤엎고 “미국 여성들도 멋지고 섹시한 속옷을 원할 수 있다”라는 통찰에서 시작되었고 이 회사의 창업자의 노력은 기존의 편한 속옷과 유사하게 편하면서도 “멋지고 섹시함을 느낄 수 있는” 속옷을 만드는 것에 집중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의 속옷에 열광하는 고객들로 인하여 기존의 속옷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히트를 하게 되었다.

    “더하기” 이노베이션은 이 같이 고객에게 제공되는 여러 가지 가치 중의 일부를 택하여 그 부분을 과도할 정도로 차별화하고 좋게 하는 것이고, 이러한 모델을 반기는 고객이 상당수 있다면 더 높은 마진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빼기

    최근 한국에서 또 하나의 성공사례로 얘기되는 화장품 미샤(MISSHA)에 대하여 살펴보자. 미샤는 에이블씨엔씨라는 회사의 상품 브랜드이다. 사업을 시작한 2002년에 매출 33억 원, 2003년 130억 원, 그리고 2004년에 매출 1,100억 원(추정)의 급 성장을 이루고 있다. 무엇이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일까?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인 서영필 사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립스틱, 아이섀도 등 기존의 화장품 하나를 사려면 2-3만원은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화장품 가격의 90% 이상이 비싼 용기와 포장이고, 미샤는 이를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대체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모델로 미샤는 3,300-9,800원에 유사한 품질의 화장품을 내놓았고, 때마침 경기도 좋지 않아 주머니가 가벼운 많은 소비자들이 미샤를 반긴 것이다.

    잠깐 이 전략의 요체를 분석적으로 이해하여 보자. 화장품을 사는 고객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일단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것, 그리고 매장에서의 쾌적하고도 약간은 흥분된 경험, 사용할 때의 감촉이나 냄새 등 느낌, 남들에게 자신의 화장품이 보여질 때의 자부심, 화장품을 방이나 욕실에 진열해 두었을 때의 보는 즐거움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중에서 소비자들이 “값을 내려준다면 양보할 용의가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연구한 끝에, 고급스러운 유리 포장 대신에 할인된 가격을 택할 고객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물론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용기나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저렴하게 화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들이 상당히 있다면 성공의 충분 조건은 만족하는 것이다.

    최근에 자동차 보험을 시작으로 세를 넓혀 가고 있는 온라인 보험도 설계사와의 대면 상담이라는 서비스를 빼고 저비용 온라인 채널로 대체한 것이다. 대면 상담에 가치를 두지 않는 고객들은 대면 상담 대신에 가격을 할인해 준 상품이 반갑고, 그래서 그 상품으로 옮겨 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빼기 이노베이션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덜 가치를 두는 것을 빼고, 그 절감된 비용의 일정 부분을 가격의 인하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시작은 소비자들 중에 “나는 이런 것 다 필요 없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복합화된 상품만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모델을 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심이다.

    더하기 빼기로 이노베이션을 시작하자

    더하기 빼기 이노베이션은 경쟁의 축을 바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EXR은 기능과 브랜드가 지배적 경쟁 축이던 스포츠 의류 시장을 (정확하게는 그 일부를) 패션이 축이 되는 시장으로 변화시켰고, 미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브랜드에서 실용성과 가격으로 많은 화장품 고객의 구매 결정 요인을 돌렸다. 물론 더하기 빼기가 이노베이션의 전부는 아니다. 기존 경쟁 양식의 연속선상에서 상품의 성능을 현저히 개선하는 기술적 이노베이션도 있을 수 있고, 전혀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는 이노베이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사업이나 관심 있는 시장에서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더하고 빼는 것에서 이노베이션의 단서를 찾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자연스럽고 많은 경우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좋은 출발점이다.

    지나고 보면 간단한 얘기이지만, 더하기 빼기 이노베이션을 이뤄낸 전략가들은 사실 많은 고민을 하였다. EXR이나 미샤의 창업자들 모두 수년의 사유와 실험을 거쳐서 이러한 이노베이션에 성공한 것을 여러 기사를 통하여 알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입장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막는 공급자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면서 무엇을 더하고 뺄 지 공부를 시작해 보자.

    - 2005. 01 장효곤 (Innomove Group). 휴넷 (www.hunet.co.kr)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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