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의하면 취업포탈 파워잡이 직장인들에게 지난해에 달성하지 못한 새해 계획을 물었을 때, 거의 절반인 49.2%가 ‘자기 개발’을 꼽았다. 그 뒤를 따르는 것들은 ‘금전 계획’ 24.2%, ‘건강 계획’ 11.6%, ‘비즈니스 계획’ 9.6% 등이었다.

이 결과에 많은 직장인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으로 생각한다. 조직원으로서 해야 하는 많은 책임을 다하면서 자기개발을 위하여 쓸 시간도 별로 없고, 설령 시간이 남더라도 함께 고생하는 부서원들끼리 회식을 하거나 회사의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옛 부서 선후배들과 모임을 갖기도 하고, 아니면 평소에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가족들과 보내면 그 남은 시간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실 이런 것들도 다 훌륭한 일이므로 “나는 시간을 유용하게 썼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만 조언을 해 주고 싶다. 자기 개발, 즉 공부에 시간을 좀 쓰라고. 일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거나 자신에게 부여된 일은 보통의 직장인은 누구나 하고 있다. 기업 전략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리의 하나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이익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가치가 있겠으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면 내 가치는 미미할 것이다.

공부와 일의 관계를 간단히 이해하려면 중고교 시절을 생각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빌 게이츠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가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잘 놀지 못하고 공부만 잘 하는 책벌레 같은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라. 그 친구들이 자네들의 미래의 상사가 될 지 모른다.” 필자는 이 얘기를 듣고 참 심오한 얘기라고 생각하였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학교에는 다른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들이 있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잘 놀거나 하는 친구들이고, 책벌레들은 거의 아니다. 전략적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잘 노는 학생들은 ‘현재’의 성공에 필요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이고, 책벌레 학생은 ‘미래’의 성공에 필요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부도 잘 하고 놀기도 잘 해서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는 다재다능 형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현재와 미래 어디에 더 충실할 지를 선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현재’ 중요한 일, 즉 ‘잘 노는 것’은 효과가 당장 크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 한 시간을 멋지게 놀면 친구들이 멋지다고 환호하고, 나도 재미있다. ‘미래’에 중요한 일인 공부는 효과가 금방 안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 한 시간을 공부해도 흔적도 없다. 머리만 아프기도 하고, 사실 공부했다고 당장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불확실하고 효과가 금방 보이지 않는 ‘공부’보다는 확실한 ‘놀기’를 중요시하게 되는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중국 시장을 중시하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중국 관련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다. 이쯤 되면, 미래치고는 별로 불확실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어 공부는 잘 안 하게 된다. 왜냐면 ‘현재’ 관련된 일들은 더 효과가 크고 즐겁기 때문이다. 동료들과의 한잔, 가족들과의 시간 등은 얼마나 즐거운가? 몇 시간으로도 충분히 시간 값어치가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어 공부하는 시간은 은근히 즐거울 지는 몰라도 당장 달콤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 미루게 되고, 그러다가 일년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공부가 꼭 어학처럼 학구적인 것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회계 종사자가 IT를 더 잘 이해하고, 영업 담당자가 오프라인 외에 e-business를 공부하고 하는 것들이 모두 공부이다. 많은 기업체 직원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지는 어렴풋이라도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어진 일만 하고 있으면 괜찮은지 불안해 하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지식을 갈망하기도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근본 문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에 중요한 일에 비하여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에 공부가 실행이 안 되는 것이다.

현재 사업에만 충실하고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 많은 기업이 도태되듯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직장인은 도태되기 쉽다. 5년후, 10년후가 보장되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부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5년후, 10년후가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세상이 변화하면 지금 커 보이는 지적, 금전적, 현물적 자산이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

- 2005. 3 장효곤 (Innomove Group). 휴넷 (www.hunet.co.kr)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