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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롱테일과 새로운 기회 (1) - "큰 것이 최고?"
    초기 이노무브 글 2006. 9. 29. 16:13

    (우리는 최근 Chris Anderson의 The Long Tail을 한글판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랜덤하우스 코리아에서 나올 예정인데 한국의 롱테일과 이로 인한 변화와 기회에 대하여 별도의 소책자로 우리의 관점도 소개할 예정이다. 블로그에 몇 회에 걸쳐 그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롱테일 본문에서 주로 든 사례는 상품의 롱테일에 관한 것들이 많지만, 우리는 그러한 상품의 롱테일 현상과 더불어 경제 주체의 롱테일 현상이 있는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상위 소수기업이 국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일반집중도는 10대 기업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1999년 24.9%에서 2000년 23.4%로떨어진 후 2001년(23.5%)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 2002년 23.3%, 2003년 23.8%로 수년째 계속 상승 중이다. 물론 이러한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집중 자료들이 뒤에서 보듯이 상대적으로 서비스나 유통업적인 속성을 갖는 롱테일적 현상을 잘 설명할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 나라에서 소수의 대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롱테일 현상은 ‘히트’, 즉 소수의 히트 상품에의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 수 많은 니치가 존재하는 시장으로의 변화를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히트가 플레이어 측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느냐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상품이나 서비스, 즉 ‘선택’의 다양성이 일어난다는 롱테일의 상품적 현상도 흥미롭지만 그것이 작고 개성있는 플레이어의 활약으로 일어나느냐, 아니면 대기업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에 의하여 일어나느냐에 따라서 매우 시사점이 다를 것이다. 만약 롱테일이 대기업의 대량 맞춤에 의하여 일어나고 있다면, 사실 그 얘기는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다. 한국은 대기업 빼면 없다는 국내외 시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상황에서 과연 롱테일적인 현상이 한국 경제의 플레이어 역할 구조 변화에 시사점을 주는가? 즉, 기업이나 고객 측면에서도 다양한 소기업이나 니치 시장의 번성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한 현상이 일부라도 보이고 있는가? 있다면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가? 우리는 그런 것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물론 대기업도 더 잘 되고 주류 시장 고객들은 더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작지만 개성적인 선택을 제공하는 기업들과 취향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고객들이 당당하게 창의성을 뽐내는 시장은 얼마나 활기차겠는가?

    전통적인 경영전략적 시각은 소수의 큰 회사, 큰 고객에 대한 숭배에 가까웠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 작은 것은 살아남을 여지가 없다, 큰 고객을 잡아라, 큰 수주를 따 내라 등. 전통적인 경영 전략적 방법론들의 많은 것들이 이러한 규모 지상주의적인 관점인데, 시장점유율과 80/20는 아마도 이와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분석적 도구들일 것이다. 시장점유율에 대한 믿음은 공급에 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큰 회사가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에 더 잘 되고 더 커진다는 것이고, 80/20는 주로 수요에 대한 관점이고 소수의 핵심 고객 또는 상품이 이익의 대부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규모의 경제라는 가장 고전적인 경제학 개념에서 비롯된 사고이고, 60년대에 보스턴 컨설팅 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의 창립자인 브루스 헨더슨(Bruce Henderson)이 경험곡선(experience curve)라는 개념을 기업 전략 수립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전략가들, 특히 컨설턴트들에게는 ‘점유율을 올리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라는 명제는 부동의 기업전략 원리로 자리잡게 된다. 실제로 규모의 경제와 경험곡선은 단순히 학문적, 이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현실세계가 작동하는 것을 잘 나타내는 원리들이다. 규모가 크면 같은 양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작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항상 보는 일이다. 누적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즉 조직 전체의 경험이 많을수록 단위 비용이 떨어진다는 것도 직관적으로도 합리적이고 경험적으로도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합리적인 관찰들이 과거 기업 전략가들의 머리 속에서 사뭇 극단적인 결론이 되어 나왔는데, 그것이 점유율 우선주의(점유율 우선주의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점유율을 기초로 하는 수많은 전략 수립 도구들을 그렇게 지칭하기로 하자)이다. 점유율 우선주의적 사고는 시장점유율을 기업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결과로 보며 다음의 목록과 같은 믿음 또는 경향을 보인다.

    • 점유율은 유사한 회사로 구성된 동종업계 전체의 판매액(또는 양)에서 각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또는 전략 컨설턴트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대적 시장 점유율을 사용하자면, 판매액이나 양의 상대적 크기)
    • 시장에서 1위란 점유율 1위이다.
    • 점유율이 높은 회사는 경쟁자에 비하여 수익성이 높다. (비씨지(BCG)류의 점유율 분석에서는 일반적인 % 시장점유율이 아닌 상대적 시장점유율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서는 그러한 세밀한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 점유율을 높이면 이익은 따라올 것이다.
    •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한 대규모의 시설 및 조직 확충이 필요하다.
    • 유력한 방법은 M&A, 대규모 설비 증설, 또는 가격 할인 등을 통한 판매증대이다. 그러므로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자금력이 우위에 있는 경쟁자가 이길 확률이 높다.

    사실 다음과 같은 차트를 보고 흥분하지 않을 CEO가 몇이나 되겠는가?



    이러한 사고가 항상 참이라면, 시장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곳일 것이다. 큰 회사는 점점 잘 되고, 작은 회사는 점점 안 되고, 규모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빚을 내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몸집 불리기를 해야 하고. 언론은 쓸 게 많아서 좋을 것이다. 시장이 실제로 스타워즈일 것이고, 빅딜과 갈 때까지 가자는 식의 투자 경쟁이 불을 뿜을 것이다.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들간의 합종연횡이 수시로 일어나고, CEO들은 ‘1위 회사가 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힐 것이다.

    맞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다. 적어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프레데릭 라히켈트(Frederick Reichheld)는 80년대 중반부터 지적 활동이나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많은 산업에서 점유율은 수익성 동인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고객충성도가 훨씬 더 잘 설명해준다는 관찰을 바탕으로 로열티 경제성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금융업이나 서비스에만 적용하던 로열티 효과는 점차 많은 산업에 적용이 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많은 산업들에서 제조업의 규모의 경제가 적용이 어려운 지적이고 서비스적인 요소가 많아지는 것도 이유겠지만 처음에는 점유율 경제성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했던 로열티 효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일반적인 현상임을 점점 깨달아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략가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점유율을 고객 충성 또는 만족도보다 우선 순위의 목표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시장점유율 얘기를 하고 있는 회의에서 고객만족, 고객 충성을 얘기하면 마치 웬 한가한 얘기냐라는 (또는 거친 사나이들 얘기하는데 웬 소꿉장난 같은 얘기냐) 식의 시선을 받았던 경험이 많았다.

    점유율 중심주의에 대하여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네이겔(Nagel) 같은 사람은 ‘점유율이 높아져서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 아니고’, ‘고객들이 좋아하니까 (잘 팔려서) 수익성과 점유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이다’라고 얘기하였다. 한마디로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앞뒤를 잘 못 이해하는 바보라는 식의 얘기이다.

    (롱테일 책의 한 장에서 이런 얘기를 다 하기는 어렵겠지만) 필자의 관점은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 점유율을 먼저 올리는 것이 옳은 방향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특수한 경우이다.
    •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일반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이러한 관점을 고객 중심주의라고 불러 보자. 점유율 중심주의는 뭔가 분명히 실체가 있고, 숫자들이 보이고, 사실에 기반한 주장으로 들리는데 비하여 고객중심주의는 어딘지 모르게 물렁물렁하고 사실에 기반한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고객중심주의도 다음의 차트에서 보듯이 경제적인 분석으로 검증되어 왔다. 고객의 충성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 중심주의의 묘미는 그것이 ‘덩치가 큰 회사가 잘 된다’라는 재미없고 직선적인 세계가 아닌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작은 회사라도 잘 될 수 있다’라는 개천에서 용 나는 드라마의 가능성이다. 필자가 예전에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가기 위해서 호주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젊은 여성 승무원들에만 익숙하였기 때문에, 콴타스의 여자 승무원들이 중년 여성들이 많은 것이 특이하게 느껴져 같이 갔던 미국인 동료에게 물었다. “왜 콴타스 승무원들은 나이가 많죠?” 그랬더니 그 양반 하는 얘기가 걸작이다. “They used to be young (그 아주머니들도 예전엔 젊었습니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모든 대기업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다. 큰 기업이 더 잘 되고 작은 기업은 쇠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진리라면 구멍가게에서 대기업이 된 수 많은 역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잘 되기 위해서 기업규모가 꼭 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객 쪽은 어떤가? 여전히 큰 고객에 집중해야 하는 것인가?

    IMF 이후 한동안 시중은행들이 구조조정과 전략 수립 등 대형 컨설팅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었다. 필자도 2000년경에 시중은행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당시 다른 컨설턴트와 특정 은행에 대하여 가볍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필자는 그 은행이 어떤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컨설턴트의 대답은 “기업 금융은 축소하고 가계금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수익성 분석을 해보니 기업에서는 적자이고 가계에서는 흑자라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의 거의 모든 은행이 이러한 논리를 펴면서, 기업금융 축소와 가계금융 강화를 지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은행들이 기업 금융을 줄이고 가계 금융을 늘리려 하는데도 가계 금융이 계속 수익성이 높을까? 미시경제학의 원리대로 이익이 경쟁의 함수라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가계 대출은 서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내려가고, 기업은 대출이 어려워지므로 이자율이 점점 올라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수익성도 역전될 수 있을 것이다. 수익성이라는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쟁 환경에 따라 항상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수익성의 근본 동인이 무엇이고 이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회피한 것이 올바른 전략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이 자체로 흥미 있는 이슈이지만, 여기서 얘기할 것은 소매금융 내에서의 문제이다.

    당시 거의 모든 은행들은 소매금융 중에서도 부유층 고객 시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은행장들의 인터뷰를 보면 PB 강화는 단골 메뉴였고, 은행들마다 고액 고객과 소액 고객의 차별화 정책을 마련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내 추측으로는 그러한 은행들의 전략 뒤에는 컨설턴트들이 만든 80/20 차트가 숨어 있을 것이다. “상위고객 20%가 은행 총수신의 80%를 차지하고, 전체 영업이익의 90%에 달한다”류의 분석 결과가 다음과 같은 차트로 보여진다. 얼마나 설득력 있는 증거인가?


    하지만, 미시경제학의 근본 원리로 생각해보자.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부자 고객에게 집중한다면, 과연 그 시장이 계속 수익성이 높을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어려울 것이다. 높은 수익성은 경쟁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 당시는 사실 위험스러운 논리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나에게 부실사업은 남에게도 부실이므로 우량사업을 팔아야 한다”는 등의 논리 말이다.) 하지만 부자 고객 시장에 돈은 많을 것이므로, 적어도 한 동안은 수익성이 좋을 수 있겠다고 양보를 해 보자. 부자 고객의 수익성은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본론도 아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소액 고객은 높은 수익성을 낳는 것이 불가능한가라는 문제이다. 당시 많은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1의 축소 대상이었던 기업 고객과 소액 가계 고객은 수익성이 높지 않았다는 것은 공통점이었지만, 약간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고객은 부도가 많아서, 즉 신용 리스크 때문에 수익성이 낮았지만, 소액 가계 고객은 부도가 나지 않더라도, 이자나 수수료 등 수입의 절대규모가 워낙 작아서 거래 비용 등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각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기업 고객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 수익성 있는 시장으로 만들 수 있지만, 소액 가계 고객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이 절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견해가 많았다. 은행 안팎에서는 소액 고객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하여 많은 논쟁이 있었다. 일부 은행은 소액 계좌에 대하여 무거운 수수료를 매겨서, 고객이 스스로 다른 은행으로 옮겨 가거나 아니면 거래 규모를 늘리도록 유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소액 고객을 어떻게 하면 수익성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종류의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얘기하였다. “수익성 높은 고액 고객에 집중하고, 수익성 낮은 소액 고객은 가능하면 내보내서 경쟁사가 담당하도록 하자.” 언론도 “은행은 공공기관적인 책임이 있는데, 수익성이 낮다고 서민을 차별한다는 것은 얌체 행동이다”라는 논조였지, 소액 고객의 수익성이 낮은 것 자체에 대해서 의심하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정말 그럴까? 소액 고객은 변동비도 감당할 수 없는 낮은 수익성의 고객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라도 집중하지 말아야 하는 구제불능 고객들인가? 기껏해야 ‘수익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는 의무 때문에 계속 봉사하여야 하는 정도인가?

    바로 여기에 80/20의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80/20 또는 파레토 법칙을 적용한 분석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잘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의 해석과 사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인다. 위의 은행 산업의 경우 더 충실한 사고는 “우리의 현재 사업모델로는 소액고객을 수익성 있게 봉사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재 모델로는 고액고객에 집중하자. 하지만, 소액 고객은 어떤 모델로 수익성 있게 봉사할 수 있을까?”였을 것이다. 이 사고는 일단 태생적으로 수익성 있는 고객이나 수익성이 없는 고객이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사업모델과 어떤 고객이 잘 맞고 어떤 고객이 맞지 않는가를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소액 고객을 골치덩이가 아니라 현재의 사업 모델로는 잘 봉사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으로 보게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물론, 자원의 집중을 위해서 또는 당장은 사업모델 아이디어가 분명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고액고객에만 집중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로 보는 것과 기피대상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를 낳게 될 것이다. 모두가 고액고객을 타깃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소액고객 대상 사업모델을 만들었을 때 앞서갈 수 있는 것이다. 아는 중소기업 사장 한 분께서 “같은 사업도 비싼 서비스를 소수의 고객에게 파는 사업으로 만들 수도 있고, 1만원짜리를 수백만명에게 파는 사업으로 만들 수도 있다.”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당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인터넷 금융 사업모델들이 예이다. 5백만원어치 주식을 사고 파는데 한시간씩 증권사 지점의 영업사원을 붙잡고 상담과 거래를 하고 있으면 수지가 맞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인터넷의 저비용은 어지간한 고객도 수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3만 원짜리 보험 때문에 설계사들이 차 타고 몇 시간씩 왔다 갔다 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보험은 거리가 멀고 보험료가 작다고 불평하지 않는 것이다. 은행도 마찬 가지이다. 몇 만원 송금 때문에 지점에 가서 줄 서서 직원과 일을 하는 것은 소비자나 은행이나 비효율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경우에는 인터넷 뱅킹이 제격인 것이다.

    규모의 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나, 돈 많은 고객만을 쫓는 사고가 편협한 관점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롱테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이 만족하고 계속 찾는 것이 기업이 발전하는 근본이고, 개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여도 사업기회는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한국의 롱테일의 씨앗이라고 보여지는 사례들을 몇 가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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