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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
    초기 이노무브 글 2004. 9. 23. 07:27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못 끊거나 끊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본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10배니 100배니 하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경고들을 보면, 단순히 담배가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만으로 수많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한 것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해로운 담배를 왜 사람들은 끊지 못할까?  왜 이러한 근시안적인 행동을 할까?  한 가지 설명은 사람들이 “끊느냐, 계속 피우느냐”로 생각하지 않고 “지금 끊느냐, 지금은 피우고 다음에 끊느냐”로 자신의 선택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즉, “끊느냐, 계속 피우느냐”로 생각한다면 계속 피우는 것의 기회 비용인 암에 걸릴 확률이 너무 높아서 끊을 확률이 높겠지만, 한대 더 피우고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 비용이 작게 느껴져서 끊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서야 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큰 회사인건 작은 회사이건 기업 전략을 세우다 보면 “급한 일”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추진할 것인가가 항상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잠재력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은 급한 일에만 집중하고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급하지 않은데 중요한 일이 뭘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전쟁중의 학교 교육을 들 수 있겠다.  전시에는 생존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군인으로 소집되어 싸울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최소한의 교육은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들을 위하여,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의 재기와 번영을 위하여 포기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지만 글자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한가한 공부 그만두고 전쟁터로 나가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

    기업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한” 일을 한다.  새로운 수주를 따기 위하여 마케팅 자료를 만들고, 직원들에게 얼만큼의 보너스를 줄 지를 검토하고, 공장에 난 사고를 수습하고, 고객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등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  급한 일들이 쏟아져서 정신 없이 돌아가는데 누군가가 미래를 위하여 시작해야 할 일을 주장하다가는 정신 차리고 할 일이나 하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예전에 이병철 회장이 최고 경영자로서 자신이 할 일에 대하여 “내가 할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할 일이지요.”라고 얘기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 부하 임직원들이 모든 일을 다 해주는 대기업의 회장이니까 여유가 많아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라고 부러워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약간 농담조인 이 말에 중요한 통찰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급한 일만 한다면 그 기업은 겉으로는 건강하고 튼튼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번영을 약속하기는 어렵다.  누군가 일정 시간을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할 일에 대하여 할애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에 충분히 신경을 쓸 것인가?  이병철 회장 시대에는 변화의 폭이나 속도 면에서 지금보다는 단순하였기 때문에 한 명의 혜안을 갖춘 경영자가 거의 단독으로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당시에는 최고 경영자 이외의 사람이 이런 “몸이 편한” 일을 하면 다른 조직원들이 싫어하는 문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수 많은 변화를 소화하기는 어렵다.  최고 경영자가 변화에 민감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세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이다.  “몸으로 하는 일만이 중요하다”라는 약간은 전근대적 시각도 많이 사라졌다.  또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주주, 감독 당국, 미디어 등으로 인하여 경영자가 직접 챙겨야 할 “급한 일”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은 개인이 아닌 조직이 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에 조직이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직을 두어서 급한 일에서 한 발 벗어나 미래에 관한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좋다.  지금 매우 바쁘게 할 일이 있는 조직원들에게 미래를 생각할 시간은 없다.  또, 현재 급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급하지 않은 일이 시야에 들어 오기 어렵다.  대부분의 회사에 기획팀 같은 조직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회사 내에 벌어지고 있는 “급한” 일들의 조정에 많은 자원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한 일들의 조정은 중요한 일이지만, 미래를 위한 조직이 할 일은 아니다.  이병철 회장의 시대라면 이 일은 회장보다 사장이나 관리 책임자가 하는 게 적합한 일인 것이다.  미래를 위한 조직은 작을 수는 있지만, 그 일이 본업이 되어야 한다.  또한 최고 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여서 조직의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 외부인도 적절히 미래를 위한 조직에 참여시켜야 한다.

    미래의 변화는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기회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오늘 담배를 끊는 사람과 내일 끊는 사람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하루 하루를 미루다 보면 일년 이년 더 피우게 되고 나중에는 후회해도 때는 늦게 될 것이다.  급하지 않은 것도 중요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자.

    - 2004. 09 장효곤 (Innomove Group). CEO Report (www.ceoreport.co.kr)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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