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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혁명 - 기회인가 위협인가?
    초기 이노무브 글 2004. 10. 1. 07:09
    위기의 음반 산업

    음악 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하고 있다. 음반산업 협회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온라인 시장, MP3폰, 불법 복제 등 산업의 근본과 직결된 중요 이슈들로 가득하다. 한 뉴스의 제목은 “음반 산업 붕괴되나?”였다. 당사자들은 그야말로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필자의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도 특정 산업 관계자만을 위한 글이 아니다. 음악 산업의 변화는 이노베이션을 둘러싼 기업전략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노베이션은 지금 순탄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기존 강자를 쓰러뜨릴 수도 있고, 맨주먹밖에 없는 신생 기업을 스타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필자의 칼럼들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음악 산업은 이를 현재 진행형으로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음악산업 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5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의 수는 2000년 13개에서 2003년에는 1개로 줄었다(참고로 그 1개는 김건모 8집이다). 전체 음반 시장 규모를 보면 2000년 4,100억 원 규모에서 2003년 1,800억 원 규모로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체감 수준은 4분의 1 이라고 한다. 같은 시기에 세계 음반시장 전체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감소를 하였다. 한 때 서울의 강남역 요지에 화려한 점포를 열었던 국제적인 음반 체인인 타워 레코드는 파산상태이다.

    혹시 사람들이 더 이상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일까? 음악 자체가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거리에도 항상 음악이 울리고 있고, TV에도 음악 프로그램과 채널들은 여전하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배경 음악은 필수화 되어 있다. 전화를 받을 때는 음악이 나오며 웹에도 음악이 나오는 사이트들이 많다. 진지한 음악 감상은 줄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음악 자체는 점점 더 일상 생활에 밀착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음악 소비자들은 마음에 듣는 음악이 있으면 음반 매장에 가서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 그 이전에는 LP를 - 샀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온라인에서 CD나 테이프를 주문하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다른 산업에서는 온라인 판매만 하더라도 엄청난 변화였지만, 이 정도는 견딜 만 하였다. 그러나 98년에 미국에서 등장한 냅스터(Napster)와 2000년에 한국에서 나온 소리바다 등의 P2P 사이트를 통하여 젊은이들이 디지털 파일화된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서 PC나 mp3 플레이어로 듣게 된 것이다. 또한 벅스 뮤직 등의 온라인 스트리밍 (Streaming) 서비스는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듣는 음악 저장소 역할을 해주어 PC가 있는 상황에서는 다운로드 받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법적인 대응이 혼란을 겪는 와중에 P2P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무료로 제공되었고, CD 한 장에 만 몇 천원 주고 사는 것은 많은 네티즌들에게 불필요해진 것이다.

    불법복제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기존의 음반 산업 당사자들은 온라인 서비스들의 불법 복제를 가장 큰 문제로 제기해 왔다. 온라인 상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음악 파일을 유통시키는 것은 불법이고,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는 음악을 사용하는 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음반사들이 사업자나 소비자 할 것 없이 많은 고소를 해 왔고, 냅스터의 무료 서비스 중지 등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시장은 더 늦었지만 최근에 정부나 업계가 인터넷의 불법 복제 문제 등에 강력한 대응을 시작하여, 소리바다와 벅스의 유료화 등 문제가 타결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간에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 어디까지 합법이고 어디까지 불법인지를 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고, 설사 규제가 된다고 하여도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온라인 무료 음악의 박멸”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과연 오프라인 음반은 다시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현재와 같은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한 다시 영광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온라인은 공짜가 아닐지라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건모 CD 가격의 절반 정도는 CD라는 물리적 실체의 생산, 포장, 운송 및 오프라인 점포에의 진열을 위한 비용이다. 같은 앨범을 인터넷에서 디지털로 유통하면 이 같은 물리적 실체들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에 절반 가격 정도에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다. MIT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 교수처럼 말하자면 아톰(atoms)은 사라지고 비트(bits)만 남게 된 결과이다. 또한 디지털은 CD처럼 10곡 - 12곡을 한번에 구매할 필요가 없다. 김건모의 8집 중에 한 곡만 사고 파는 것이 디지털 유통을 통해서는 지극히 쉬워지는 것이다.

    과연 위기인가? – 전후 좌우를 보라

    변화는 누군가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다. 아무에게도 좋지 않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적 음반 사업자들이 수입의 급감을 겪는 와중에도 디지털 혁명에 힘입어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우선 이동 전화의 각종 장식음을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또한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리 바다나 벅스 등도 무료 음악을 제공하면서 광고 수입 등 매출을 올렸고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음반산업 협회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온라인 음악 유통자들을 합한 규모는 2000년에 450억 원 정도였지만, 2003년에는 1,850억 원 정도로 오프라인 음반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또 하나의 중요한 승자는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다. 동일한 출처에 따르면 mp3 플레이어 시장은 2000년에 1,600억 원 규모에서 2002년에 4,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하였다 - 2003년 자료는 없지만 더 컸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 iTunes라는 온라인 음악 유통사이트와 iPod라는 mp3 플레이어를 동시에 성공시킨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애플사가 iTune보다는 iPod로 돈을 번다고 얘기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도 iRiver라는 플레이어를 국제적으로 히트 시키고 있는 레인콤 등 새로운 스타 기업들이 탄생하였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

    한 가지 두드러진 사실은 소리바다, 애플, 레인콤 등 디지털 이노베이션으로 성공한 기업들 중에 전통적인 음악 산업 강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음악 산업의 경우는 좀 극단적이지만, 많은 이노베이션이 신생 기업이나 타 업종 업체 등 외부자에 의하여 주도된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예전 칼럼인 “이노베이션과 재래 시장의 운명”에서 변화의 패배자는 영세한 재래 시장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영세한 재래 시장 상인들이 현대적 유통 변화를 주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맨 주먹의 벤처 업체들이 만든 소리바다, iRiver를 기존 음반 업체들은 왜 못 만들었을까?

    변화를 주도하는 이노베이터가 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공격적 사고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즉 “나의 사업 모델을 어떻게 지켜나갈까?”가 아니라 “어떤 사업 모델이 내 사업 모델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식을 바탕으로 사업 전략 수립이나 전술적 대응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나 자신도 극복의 대상으로 볼 때만이 변화를 항상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족이지만, 디지털 혁명은 음악 산업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것만 해도 통신, 방송, 영화, 도서, 교육, 언론, 행정 서비스, 정치, 신문 등이 포함된다. 모든 산업은 정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에는 모두 포함된다. 또한 “돈의 디지털화”가 일어나고 있다. 결재 수단에서 전통적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로 인하여 새로운 사업 모델이 가능한 지 모든 기업들이, 또한 창업가들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 2004. 10 장효곤 (Innomove Group). CEO Report (www.ceoreport.co.kr)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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