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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없는 신용카드
    초기 이노무브 글 2004. 11. 1. 09:37
    신용카드의 전성기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Enemy of the State를 보면 공작원들이 크레디트카드를 지불 정지시켜서 도망 다니고 있는 주인공을 무력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갖고 있는 신용 카드가 모두 정지된다면 어느 누구라도 불편함 내지는 심각한 생활상의 문제를 호소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내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신용카드도 많은 문명의 이기들처럼 시장 참여자들의 이노베이션의 산물이다. 신용카드는 1950년에 다이너스 클럽 카드에 의하여 처음 발행되었고, 지금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었다. 왜 그럴까? 크게 보면 첫째로 돈을 찾고 보관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준다. 신용 카드가 없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자주 은행 창구나 현금 자동 지급기를 찾으러 다녀야 할 것이다. 또한, 손 쉬운 “신용”을 제공한다. 즉 현금이 당장 통장에 있건 없건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신용불량자 문제에서 보듯이 앞으로 기대되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게 되면 결국은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소액을 금방 빌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편리한 것이다.

    휴대전화 결제 - 아직 작은 시장,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휴대전화 결제는 작지만 흥미로운 흐름이다.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간단히 설명하자면, 휴대전화결제는 보통 인터넷이나 이동전화에서 소액의 지불을 하는데 쓰이고 결제 과정은 한 마디로 상품 값이 전화요금 청구서에 포함되는 것이다. 주로 사용되는 거래는 영화표 예매, 이동전화의 벨소리나 컬러링 등 꾸미기, 인터넷이나 모바일의 컨텐츠들로서 몇 백원에서 몇 천원 수준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지금 휴대전화 결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결제 규모는 2003년에 약 4500억 원이었지만, 2003년에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약 480조 원이었고, 현금 서비스를 제외한 사용 금액만 해도 약 240조원이었다. 규모로는 0.1% 내지 0.2%뿐이 안 되는 미미한 존재라고 하겠다. 신용카드사 기획실에서 이 시장을 전략 문서에 언급이라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설령 언급하더라도 이러한 작은 규모를 보여주면서 “이 시장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얘기하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휴대전화 결제 - 마이너 리그, 또는 미래 시장의 강자?

    한 가지 눈 여겨 볼 것은 휴대전화 결제 시장의 빠른 성장이다. 2000년에 상용화되어 2002년에 2500억 원, 2003년에 4500억 원, 그리고 올해는 6000억에서 많게는 1조 원의 거래 규모를 예상하는 등 해마다 2배씩 성장 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시장은 작게 시작해서 커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태어나는 시장은 정부의 규제 같은 인위적인 요소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작지만 “크고 있다”라는 것은 중요하다.

    시장 점유 비중의 경우에도 240조 대 4500억이라고 하면 상대도 안 되어 보이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자결제 업계에 따르면 B2C 전자결제 시장의 규모는 올해 8조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신용카드가 5조원이고, 나머지가 휴대전화 결제, ARS, 문화상품권, 자동이체 등 이라고 한다. 이 시장만을 보면 티끌만한 존재가 아니라 가히 자웅을 겨룰 수준인 것이고, 게다가 이 시장에서의 신용카드의 점유율은 점점 낮아지고 휴대전화 등의 비중은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B2C 전자결제 시장은 작년에 비하여 2배 가량 성장한 고 성장 시장이다. 더 좁혀서 디지털 컨텐츠 구매만 보면 휴대전화 결제가 65% 이상이라고 한다.

    시장 데이터라는 “사실”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시장 자체를 기존 사업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노베이션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 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실적 보고에서 1-3위와 자사의 성과를 비교한다. 이러한 “기존 질서 내부”의 시장 조사가 아웃사이더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돈"의 미래 사업 모델은?

    그렇다면 정말 휴대폰 결제가 의미 있는 결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신용카드 회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소비자를 이해하는 데에 있다. “왜 소비자들이 이런 사용 패턴을 보여주고 있나?”라고 물어야 한다.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편리함인 것 같다. 바꿔 말하면 기존 모델인 신용카드에 대하여 불편함을 느끼는 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신용카드를 포함한 플라스틱 카드가 너무 많아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CRM, 마일리지 프로그램 등은 마케팅의 필수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소비자의 지갑에 넣을 수 있는 카드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한 점포에서 고객 카드를 만들어 주길래,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니 그 집에서 보관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또한 16자리의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복잡한 인증 절차를 거치는 카드 거래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 같이 기억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카드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기 위하여 지갑에서 매번 카드를 꺼내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반면 휴대전화는 어차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전화번호는 외우기 쉽고 누구나, 암기에 빵점인 필자를 포함하여, 자기 번호 정도는 외우고 있다. 그리고 이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휴대전화 결제는 신용카드에 비해 결제 프로세스가 훨씬 단순하고 편리하다. 그래서 필자는 온라인 거래에서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결제 선택이 나오면 거의 항상 휴대전화 결제를 선택하고 있다.

    휴대 전화 결제가 큰 상품 거래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는 소액 결제에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 별거 아니고 성능도 좋지 않은 장난감 같았던 PC가 오늘날 발전한 것을 보라. 메인프레임만 고집하였다면 아마 IBM도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뭔가 가볍고 자질구레한 상품들의 구매에만 쓰이는 것 같은 휴대전화 결제도 점차 고액 상품의 거래에 쓰일 수 있게 발전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예상은 디지털화로 인하여 작은 분량의 컨텐츠, 즉 짧은 글, 한 곡씩 팔리는 음악, 짧은 영상물 등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경우에는 소액 결제에 걸맞은 수단이 더욱 유용해 질 것이다. 1000원짜리 음악 1곡을 다운로드 받는데, 누가 해킹 방지 프로그램과 겹겹의 비밀 번호를 필요하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렇다면 현재의 휴대폰 결제 모델이 미래의 결제 시장에서 지배적 모델 또는 지배적 모델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라서 자신 있게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얘기하겠다. 하지만 좀 더 확신을 갖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신용카드가 되었건, 휴대전화 결재가 되었건, 미국 e-Bay의 자회사인 PayPal 모델이 되었건, 아직도 자신들의 때가 올 것을 믿고 절치부심하고 있는 서로 다른 e-money 업체가 되었던, 디지털 환경에서 더 편리한 모델들이 “미래의 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카드” 같은 물리적인 보관이 덜 필요하고, “내가 지불하는 돈이 나의 돈”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절차가 간단할수록 편리할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나 결제 시장의 신참 도전자나 모두 상상력을 동원하여야 할 때이다.

    - 2004. 11 장효곤 (Innomove Group). CEO Report (www.ceoreport.co.kr)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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