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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P의 딜레마와 이노베이션 다이내믹스
    초기 이노무브 글 2004. 11. 25. 09:41
    삼성과 LG의 딜레마

    얼마 전 뉴스에 의하면 LCD-TV 전문 업체인 디보스가 499만원의 가격에 40인치 LCD-TV를 내놓았다고 한다. 유사한 크기의 삼성 제품 가격을 보면 LCD-TV가 810만원이고 PDP-TV는 540만원 이상이다. PDP와 LCD는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절대적인 우열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일반적 선호로 볼 때에 PDP가 LCD에 비하여 20-30% 저렴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업계의 믿음에 비추어 보면 PDP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와중에 최근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내년도의 주력 시장은 PDP-TV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과감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전자업계의 양웅이며,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자부하는 삼성과 LG로서는 사실 묘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계열사를 포함하여 보면, 둘 다 LCD와 PDP에의 대규모 투자를 비롯하여 CRT, OLED 등 모든 기술에 투자를 하는 복수 기술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식 같은 이 기술들이 다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디보스 같이 한쪽 기술에 올인하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형 먼저, 아우 다음” 식의 평화로운 발전도 쉽지 않다. 게다가 PDP에는 상당한 선행 투자를 해 놓았고 미국 시장도 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이익을 내려면 더 투자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기술들이 엄습해 올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이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당장 갖고 있지는 않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하여 필요한 몇 가지 관점을 논하고자 한다. 이하 논의는 디스플레이 기업들만이 아니고 모든 업종의 기업인 또는 경영 전략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설계사와 온라인 보험, 음반과 다운로드 음악, 대형 신문과 무료 신문 등 우리 주변에는 끊임 없이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나타나고 기존의 시장 질서를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진정으로 전략적이고 싶으면, CEO나 전략 참모들은 자신의 업종 밖에서도 지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상품 이노베이션과 프로세스 이노베이션

    디스플레이 시장은 CRT, PDP, LCD, OLED 등 여러 가지 다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작게는 휴대 전화, PDA에서부터 크게는 대형 TV 시장에서까지 경쟁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까 말까 하는 시점에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이 출현한다. 이러한 기술의 홍수 속에서 다양한 전자 회사들이 나름대로 하나의 또는 여러 가지 기술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 이 시장의 오늘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전통적 전략 관점과 대비한 이노베이션 다이내믹스 관점을 짧게 설명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경영 전략은 “잘 정의된 시장에서의 규모 경쟁”이라는 관점을 가정하고 있었다. 은행 시장은 감독 기관에서 은행으로 분류하는 기업들의 합이 시장이고, 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정해진 상품(예를 들면 예금이나 대출)을 많이 팔아서 점유율을 올리느냐 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생각하였다. 가전, 생명 보험, 과자 할 것 없이 비슷 비슷한 상품을 파는 회사들을 “업계”라고 불러 왔다. 업종에 관계 없이 대부분 상위 3사가 존재하였고 서로간의 점유율 1-2%를 놓고 조금 더 나은 상품이나 영업으로 경쟁하는 것이 경쟁의 모습이었다. 기존 방식과 다른 상품이나 영업방식을 보이는 회사들은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컨설턴트나 기업의 전략가들도 상위 3사와 기타로 나눈 영업 성과을 주제로 전략 회의를 하였다. 비전통적인 도전자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알더라도 “그 밖의” 이슈로 처리하는 정도였다.

    문제는 이러한 관점이 시장을 이해하는 시야와 전략적 상상력의 자유도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20세기에는 “기존 모델 안에서의 경쟁”이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점점 “모델간의 경쟁”이 모델 안에서의 경쟁보다 더 중요해지면서 (원래 있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전통적인 시각을 사용하면 PDP 제조 기업, 또는 사업부에 대하여 시장을 PDP 시장으로 정의하고, 그 시장에서의 점유율 향상을 노리는 전략을 짜게 될 것이다. Michael Porter의 5-force적 산업분석 틀을 사용한다면 LCD나 CRT는 “대체제의 위협”으로 분류되어 PDP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소로 분류되고, 5-force의 중앙에는 PDP업체들간의 경쟁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러한 틀은 “모델간의 경쟁”이라는 경쟁 상황의 핵심에는 유용한 관점을 제공하기 어렵다. 중요 요소들이 다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모델 안에서의 경쟁”이 중심을 차지하는 분석이 나올 것이다.

    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많이 활용한 또 하나의 이론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 성공의 길”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비롯된다.
    - 모든 사업에는 규모의 경제가 있다. 규모가 클수록 단위 비용은 줄어든다.
    - 규모를 늘리면 경험이 축적되어 단위 비용은 떨어진다.
    - 시장 점유율 1위는 브랜드 파워로 인하여 마케팅 효과를 더 쉽게 올릴 수 있다.

    사실 이 논리 자체는 틀린다고 할 수 없고, 경제학자들이나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검증한 얘기들이다. 문제는 이 논리가 고정된 모델 하에서의 경쟁에서는 유용하지만, 모델간의 경쟁에 대한 시각이 부재한 절름발이 시각이라는 것이다. PDP-TV를 만드는 회사에게 이 이론에 입각하여 전략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라인을 증설하거나 경쟁사를 M&A하여 capacity를 빨리 늘리고,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판매를 드라이브하라는 전략이 될 것이다.

    최근 전자업계의 한 임원이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얘기를 하였다. 그는 PDP 라인 증설과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우려가 있으나 장치산업이란 (가격이 내려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오히려 수익규모가 커지는 속성을 보인다”라고 하였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그렇게 대규모 투자를 하였는데 결국 LCD-TV가 더 성능이 좋고 가격도 비슷해지면 어떻게 하나? 혹시 PDP나 LCD 이외에도 더 소비자들이 선호할 다른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없나?” 어떤 답변이 나올 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규모 중심 사고만으로는 모델간의 경쟁에 의미 있는 시각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델간의 경쟁을 이해하기 위한 이노베이션 다이내믹스 관점의 주요한 시각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성능이 우월한 모델이 살아남는다.
    - 소비자의 니즈는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복수의 모델이 살아남을 수 있다.
    - 소비자의 니즈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 그에 따라 모델간의 우위도 바뀐다.
    - 변화의 초기에는 모델간의 경쟁이 중심이 되고, 모델들의 생사가 결정된 후에는 비용 경쟁 등 모델 안에서의 경쟁이 지배적인 경쟁 양상이 된다. (전통적 경쟁 전략은 이러한 “안정기”에 대한 설명임)

    모델간의 경쟁이 중심인 상황에서는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경험 곡선이나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우위 효과가 아니고, 어떠한 모델이 어떠한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해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니즈와 모델의 성능이다. 즉, 소비자들의 니즈는 무엇인가? 내 모델을 가장 좋아할 소비자는 존재하는가? 그런 소비자들은 앞으로 늘어날 것인가? 나의 모델이 소비자의 니즈를 얼마나 다른 모델보다 잘 만족시킬 수 있는가? 그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 이러한 질문들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모델의 성능보다 더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소이지만 일단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성능 측면부터 살펴 보자.

    성능 - LCD의 성능이 PDP를 추월할 가능성이 존재함

    먼저 성능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유용한 사고 방식은 성능의 발전 궤적을 그려 보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기술 S-curve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술 S-curve는 특정 기술이 시간(또는 누적 투자 규모)에 따라 어떻게 성능의 최고점에 도달하는 지를 패턴화한 것이다. 여기서 기술이라 한 것은 애초에 이 개념이 하이테크 산업에서 만들어진 기원 때문에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사업 모델”이라고 넓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예를 들면 인터넷 뱅킹의 편리함이나 대형 할인점의 가격 등도 모두 S-curve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술 발전 궤적을 그려 보는 것은, 모델들간의 성능 발전 속도와 추이를 보아서 어느 기술의 성능이 미래에 우월하게 될 지와 어디까지가 한계인 지를 가늠해 보기 위한 것이다.


    S-curve는 사실 단순한 개념이다. 하나의 기술(또는 사업 모델. 편의상 이하 “기술”이라고 함)의 성능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 또한 얼마나 빨리 발전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후발 기술은 처음에는 조잡하거나 주요한 성능에서 선발 기술에 뒤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선발 기술의 성능보다 우월할 경우에 시장의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게 되는 패턴을 많이 볼 수 있다. 전화 다이얼 인터넷 접속이 초고속 인터넷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를 상대로 비슷한 운명을 밟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 간단한 적용을 하여 보면 경우 여러 가지 성능 축이 있는데, 이 중의 하나로 화면의 크기가 있다. PDP와 LCD의 성능 발전 궤적을 그려보면 PDP가 대형화에 앞서 있으나 LCD가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혀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발전 속도가 늦어졌던 모델이라도 갑자기 발전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발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은 성능의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것이기 때문에, 발전 속도가 빠른 모델이 앞으로 발전의 여지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PDP는 현재 LCD보다 크지만 LCD가 가까운 미래에 추격, 심지어는 역전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화 외에 중요한 성능 축이 될 “비용”의 궤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근의 TV 가격 추이만 보면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나마 30인치 급에서는 LCD의 양산 체제 구축으로 이미 비용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같이 양산 체제일 때 비용 우위가 없다는 것은 결국 비용 차이라는 것이 소재나 기술 같은 본질적인 차이보다는 대량 생산을 인한 규모의 경제 차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더욱 궁극적 비용의 차이가 별반 차이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화질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축에 있어서는 각기 장단점이 있으나 LCD 쪽이 종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정리해보면 PDP가 대형화와 비용이라는 성능에서는 현재 LCD에 앞서 있으나 화질에서는 밀리고, 향후에는 대형화와 비용에서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다. 특히 40인치 이하의 작은(?) 크기에서는 LCD가 이미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사실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에 관한 데이터는 쉽게 구할 수 있고 R&D 연구원들은 S-curve라고 이름을 붙였건 아니건 유사한 분석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궤적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겠으나, 광섬유가 구리선보다 더 많은 신호를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이 상용화 기술 이전의 물리 법칙인 것처럼 연구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술의 한계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함정은 비교 대상 모델 선정이라는 비기술적인 첫 단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소비자 니즈 – 소비자들은 PDP가 아니라 크고 얇은 화면을 산다

    성능 우열을 분석하는 일과 달리,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애매한 작업이지만, 시장을 “소비자의 선택 범위”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내가 진짜로 누구와 경쟁하고 있는 지, 누구와 경쟁하게 될 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큰 화면”을 찾는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 대상의 하나인 프로젝터는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프로젝터란 빔 프로젝터라고도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도는 사무실에서 프리젠테이션할 때이다.)

    경쟁의 경계를 이해하는 데에 소비자의 시각을 사용하려면, 소비자의 언어로 소비자처럼 생각하여야 한다. 소비자의 니즈는 “넓고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화면으로 영상물을 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이지 “PDP와 LCD 중에서 무엇을 살까?”가 아니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질문을 하면 그렇게 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 사람이 아는 선택을 얘기한 것뿐이지,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사실 피상적인 소비자 조사들이 소비자를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급자 사고를 강화시키는 것을 수 없이 본다.

    넓은 화면이라는 선택을 하려는 소비자들, 그 중에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두려움이적은 early adopter들에게는 프로젝터는 당연히 선택의 범위에 들어 올 것이다. PDP나 LCD나 화면을 크게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프로젝터는 이미 훨씬 더 큰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 전통적인 TV,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에서는 “TV에서 빛이 나와서 보여지는” 형태가 아닌 시청자 뒤쪽에서 빛을 쏘아 벽에 비추는 프로젝터를 가정에서 쓰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갈지 모르나, 이미 꽤 많은 소비자들이 프로젝터를 사고 있다. 올해 가정용 프로젝터는 약 10,000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전년에 비하여 120% 성장이라고 한다. 가격도 유명 회사의 제품도 200-300만원 선이 나오고 있고, 중소 신생업체들의 제품은 100만원 이하도 나오고 있다. 주로 DVD로 영화를 즐기는 용도로 많이 쓰지만, 간단한 장치만 있으면 TV도 볼 수 있고 TV 수신기가 아예 포함된 제품도 나오고 있다. 아주 큰 화면을 원하거나, 아니면 적당히 큰 화면을 원하지만 최소 500만원대인 PDP나 LCD의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노베이션과 시장의 변화를 관찰하여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나타나는데, 그 것은 기존의 강자들이 “비 정통적인”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한 상태로 오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로젝터도 많은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의 주제에서도 빠져 있고, 업계 인사들의 언급에도 잘 안 나오고, 미디어의 보도에도 프로젝터는 다른 기술과 같이 언급되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 또 한가지 특징은 프로젝터 쪽의 주요 회사들 중에는 엡손이나 HP처럼 전통적인 가전 계통이 아닌 회사들이 꽤 있고, 유통 채널도 일반 가전 제품 유통 채널이 아닌 특화된 채널을 통하여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변칙 플레이어이고, 정통파가 아닌 것 같다. 이노베이션의 시각으로 보면 전형적인 “변방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조짐인 것이다. 삼성이나 LG도 프로젝터 사업을 하고 있으나, 웬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PDP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작은 디스플레이에서는 LCD에 밀리고, 아주 큰 크기에서는 프로젝터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 PDP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여전히 과감한 설비 투자를 강행하여야 할까? 어려운 문제이다. 서두에서 얘기하였듯이 여기에서 답을 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여태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시장을 관찰할 때 프로젝터도 포함하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크고 얇은 화면”이라면 프로젝터는 같은 게임 안에 있는 것이다. 판매 현황도 모니터링하고, 경쟁사 현황도 보고, 성능 분석이나 소비자 니즈 분석에 프로젝터도 포함하라.

    둘째, 프로젝터, 또는 OLED 등 상이한 기술간의 여러가지 성능 궤적을 그려보고, 발전의 한계와 속도를 가늠해 보라는 것이다. PDP 입장에서는 “현재 우위인 40인치 - 80인치에서 타 기술에게 추월되기까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인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원하는” 시나리오도 “그렇게 될 것 같은” 시나리오도 아니라서 이를 생각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거액의 투자에 앞서서 내 시장의 증발 가능성을 체크하는 것이 나쁠 리는 없을 것이다.

    셋째, “미래에 이익을 낸다”라는 사고에서 “지금부터 이익을 낸다”라는 사고로 전환하라. 내 모델이 영원한 승자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주어진 시간 안에 이익을 내기 위한 전략을 만들어라. 과거의 좋은 시절에는 시장의 크기만 고려하면 되었을 지 몰라도, 변화의 시대에는 시장의 시간적 휘발성도 고려하여야 한다. 내가 오늘 이익을 낼 수 있는 고객에게 집중하면서 다른 시도를 모색하라.

    마지막으로 형제끼리도 싸우게 하라는 것이다. 삼성이나 LG처럼 PDP, LCD 등 여러 모델에 투자하는 기업은 마치 자식들처럼 모든 모델이 다 잘 되기를 바랄 것이다. 먼저 시작한 “큰 형”부터 자리 잡고, 동생들은 나중에 뛰었으면 한다. 하지만 우리 형제만 뛰는 것이 아니다. 형제간의 질서도 중요하지만, 형이건 동생이건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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