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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의 원칙 - "고객은 하나가 아니다"
    초기 이노무브 글 2004. 12. 21. 07:43
    많은 기업들이 불경기 속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과 기존 사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경우도 많다. 왜 고객이 우리 제품을 외면할까? 우리 사업 모델은 사양길인 것 같은데, 새로운 성장 기회는 있는 것일까? 레인콤, 미샤 등 불과 얼마 전까지도 아무 것도 없었던 회사가 대박을 터뜨리며 급 성장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감탄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우리 회사에는 저런 일이 없나 속이 상하기도 한다.

    그런 많은 기업들에게 딱 한 마디만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면 “고객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마케팅에서 얘기하는 고객 세그먼트니 타겟 마케팅이니 CRM이니 하는 용어는 잠시 잊자. 필자도 컨설턴트이지만 통찰력은 전문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고객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말을 “고객은 여러 세그먼트로 나눌 수 있다”라고 얘기하면 더 전문적으로 들릴 지 모르나 사실은 “고객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말이 더욱 문제의 핵심을 정통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 얘기하던 중 다음과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우리 나라에서 설렁탕집은 5,000원 정도여야 한다.” 얼핏 일리 있는 얘기로 들린다. 많은 설렁탕들이 5,000원 정도의 메뉴를 갖고 있고, 한 사람당 5,000원을 넘어가면 좀 비싸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매우 상식적으로 들리는 이 한마디의 말속에 혁신적인 전략을 방해하는 위험한 고정 관념이 숨어있을 수 있다. 이 말이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은 “고객이 하나이다”라는 시각이다. 즉 “모든 고객들은 원하는 것이 같고, 5,000원짜리 설렁탕을 가장 좋아한다”인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보험 산업의 온라인화에 꽤 깊은 관여를 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아 왔는데,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친척이나 친구가 파니까 보험을 사는 건데 온라인이 조금 싸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가입하겠는가?” 당시에는 물론 왜 타당한 지를 분석적인 자료와 함께 얘기하였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친척,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온라인 고객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 살 만큼의 고객만 있으면 되고, 분명히 친척 친구보다 할인된 온라인 보험을 선택할 고객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 보험을 선택하려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가까운 친구나 친척 중에 보험 설계사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절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들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에 이 시장이 얼만큼 커질 것이고 설계사 시장이 얼마나 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렵고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온라인 보험을 새로이 시작하는 기업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 모델을 선택할 고객이 일정 수준 존재하는가?”이지, 우리 모델이 전체 시장을 지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시 설렁탕 얘기로 돌아가서 만약 5,000원이 아니라 3,000원짜리인데 맛은 좋은 설렁탕이 있다면 어떨까? 그 대신 자리도 더 좁고, 메뉴도 설렁탕 한 가지이고, 반찬도 깍두기 한 가지뿐이 없을 지 모르지만. 아마 손님이 있지 않을까? 또 10,000원짜리 설렁탕인데 그 대신 좋은 원료로 만들었고, 집도 매우 깨끗하고, 어떻게 먹으면 설렁탕이 맛이 있는 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집이 있다고 하자. 여기도 아마 손님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시장은 5,000원짜리 집보다 적을 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수요의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3,000원짜리 설렁탕 얘기를 듣는 음식업계 베테랑은 “3,000원짜리 설렁탕은 재료비도 안 나온다”라고 얘기할 지 모른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업계 전문가는 대개 기존 사업모델을 그대로 가정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 재료 구매처, 인건비, 회전율, 인테리어 등 설렁탕 집에 대한 기존 모델의 경계 내에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3,000원짜리 설렁탕이 수요가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일단 기회는 포착된 것이다. 어떻게 3,000원짜리 설렁탕 집을 만들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전략은 “수요 창출”과 “이익 포착”의 두 가지를 달성해야 하는 게임이고, 그 중에서도 선결 과제는 수요 창출이다. 수요를 창출한 기업은 이익을 포착했느냐 여부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나뉘지만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기업은 더 볼 것 없는 실패이다. 수요가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 다음 Value Network 전체를 재구성하여 이익 포착이 가능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에 창의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고민을 한 전략가의 경우에는 수요 창출과 이익 포착이 모두 가능한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면 먼저 수요 창출을 생각하는 것이 순서이다.

    성장의 기회를 찾는 기업들은 “고객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것은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모델을 설계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바란다. 같은 니즈를 같고 있는 고객으로만 이루어진 시장은 없다. 남과 다른 새로운 모델로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용기를 갖고 다 함께 불경기를 이겨나가자.
    - 2004. 12 장효곤 (Innomove Group). 휴넷 (www.hunet.co.kr)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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