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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롱테일과 새로운 기회(4) - 옷은 어떻게 온라인 쇼핑몰의 대표주자가 되었나?
    초기 이노무브 글 2006. 10. 30. 13:19

    만화나 동영상만 해도 기본적으로 컨텐츠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화될 수 있고, 그래서 이런 롱테일 현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롱테일적 현상은 아무래도 인터넷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고, 디지털 컨텐츠화 될 수 있는 경우 그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데에 공감하기 쉽다. 하지만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나 디지털화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경우에도 롱테일적인 현상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현상은 현재에도 있는가? 가능한가?답은 “그렇다.” 어디에서 볼 수 있는가? 전자? 바이오? 아니다. 그런 촉망 받는 첨단 분야가 아니라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의 하나이고 사양산업 취급을 받기도 하는 의류에서 이 같은 롱테일적 미래의 서막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의식주라는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3가지 요소중의 하나인 옷은 우리를 외부의 날씨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원시적인 기능에서부터, 가리고 싶은 부분을 가리게 하여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기능, 더 나아가서 자신을 멋지게 꾸밀 수 있게 하는 기능 등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이노베이션과 변화를 생각할 때IT,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들을 연상하지만 사실 동물 가죽을 입던 원시인 시절부터 아르마니나 페라가모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의류 산업의 역사야말로 인류와 함께 한 이노베이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개화한 것도 옷을 만들기 위한 실과 천을 만드는 직물 공정에서였다. 20세기에도 나일론,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등 화학 섬유의 발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등장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성을 비롯한 많은 국내 대기업들의 초창기 주력사업도 섬유였고, 신문 잡지의 커버 스토리를 장식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미국도 텍사스의 면 농장을 통해 원면 생산에서 세계 제일을 유지하고 있으며, 급성장하는 중국 봉제 수출에 대한 수입 제한을 얼마나 완화하느냐 등 무역자유화 협상에서 각국간에 가장 많은 협상이 벌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섬유와 의류 관련한 이슈이다. 그렇게 역할을 다 하고, 성숙기에 접어든 의류산업이 21세기에도 변화를 하고 있을까? 우리의 생각은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롱테일적인 현상 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갖고 있는 롱테일 플레이어들이 등장하여 한국의 의류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의류의 롱테일을 이해하기 위하여 뗄래야 뗄 수 없는 유통환경의 변화에서부터 차근차근 들여다보자. 백화점, 할인점,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을 합한 유통시장 규모는2001년에 33조원에서 2005년에는 51조원으로 연평균 11.5% 성장하였다. 이중에서 백화점은 거의 정체 상태였고, 할인점은 연평균 14.5%의 높은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인터넷쇼핑몰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2001년에 3조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는 2005년에 10.2조로 3.3배가 되었고, 연평균 38.2%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백화점 대비 10.5% 규모에 불과하던 인터넷 쇼핑몰은 이제 60.8%에 달하고 있다. 불과 10년 사이에 인터넷은 미미한 존재에서 유통 시장의 주요 채널이 된 것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최근까지도 성장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과 2005년을 비교하면 34.14%가 성장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쇼핑몰을 인터넷쇼핑몰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얘기하기에는 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또한 너무나도 크고 빠르다.

    잘 나가고 있는 온라인쇼핑몰 시장이지만, 2-3년 전에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가격 이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다면서 가격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와중에, 성장세도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2002년-2004년의 통계를 보면 2003년에 19x%, 2004년에 9.3% 성장에 그쳐,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인터넷쇼핑몰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는데,바로 중개몰이다.

    인터넷에서 처음 성공한 상거래 모델은 기본적으로 ‘가격’에 집중한 모델이었다. 중간상을 줄이고 비싼 임대료와 직원을 필요로 하는 점포가 없어도 된다는 특성에 착안한 사업모델들이다. 온라인 서점들을 포함해서 지금도 인터넷 쇼핑몰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모델이며, 온라인 은행/증권/보험 등 온라인 금융사업도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 모델들이다. 기본적으로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가져와서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컴퓨터 상점은 온라인에 컴퓨터 상점을 열었고, 서점은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기본적인 유통 방식은 달라진 것이 없었고, 단지 상점을 웹사이트가 대체하고 손님이 사가는 대신에 택배로 배달하는 것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좁은 의미의 ‘온라인쇼핑몰’은 이처럼 전통적인 ‘도매로 사서 소매로 파는’ 또는 ‘생산자가 파는’ 인터넷 매장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중개몰에 대비하여 일반몰로 분류하게 되었다.

    중개몰은(C2C 마켓플레이스, B2C 마켓플레이스 등 여러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여기서는 중개몰이라고 하자) 이러한 온라인 일반몰과 달리, 직접 상품재고를 소유하지 않고 중개만 해 주는 사업모델이다. 오프라인에 비유하자면 장터를 제공하는 사업자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냥 장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결제/배송 등 상거래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소매업자가 쉽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하부구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개몰 모델은 인터넷 초기부터 많이 거론되어 왔지만, 실제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e-bay의 성공 이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e-bay에 인수된 auction, 그리고 좀 더 한국형의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를 선보인 인터파크의 계열사 지마켓이 사업모델 발전의 주역들이다. 전체 온라인 쇼핑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에 불과 13.7%에 불과했던 중개몰은 2005년에 54%로 추정되고, 2006년에는 61.7%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의 인터넷쇼핑몰 성장은 중개몰이 주역인 것이다.

    우리는 또한 상품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에는 어떤 것들이 인터넷 쇼핑몰 성장의 주역인지 알아보았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상품 중에서 어떤 것이 비중이 높을까? 컴퓨터? 가전제품? 책? 2006년 1사분기 기준으로 볼 때,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10%, 가전/전자/통신 제품은 15%, 서적은 5%이다. 그런데 의외로 의류/패션/액세서리가 17%나 되어서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여행 및 예약 서비스가 또한 14%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03년에는 가전/전자/통신 제품이 18%로 단연 선두였고, 컴퓨터 및 주변기기가 13%로 두 번째였다. 의류는 10%에 불과하였다. 의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근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이므로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표는 인터넷 중에서도 전문몰이 더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자료를 보면 종합쇼핑몰은 325개에서 266개로 숫자는 줄었지만, 거래량은 34%로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전문몰의 수는 3,679개에서4,211개로 종합몰보다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거래량은 18.7% 증가로 종합몰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 이러한 통계를 가지고 대형 종합몰이 주류라고 얘기하는 언론 기사들을 보았는데,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그러한 해석이 피상적이고, 자칫 오도의 소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종합몰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성장을 드라이브하고 있는 것은 지마켓 등의 중개몰이다. 중개몰은 종합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주로 소규모 업체들이 입점해있는 곳이다. 이전의 종합몰처럼 자기 자신의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종합몰도 결국 전문몰과 유사한 특화된 소규모 플레이어들이 뛰고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또한 전문몰도 50% 정도는 옥션이나 지마켓 등 대형 중개몰에 입점해서 영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대형 중개몰은 결국 소규모 플레이어들이 전문몰을 만들기 전의 학습과정으로도 활용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최근에 전문몰 중에서도 가장 많이 늘고 있는 곳은 의류 전문몰이라는 점이다.쇼핑몰 사이트 구축 회사 메이크샵(www.makeshop.co.kr)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 동안 본 서비스를 이용해 창업한 전문몰 중 의류 쇼핑몰이 49.2%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발견한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거시적인 것에서부터 미시적인 것의 순서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 인터넷 쇼핑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오프라인에 비하여 훨씬 빨리 성장하고 있다.
    - 직접 물건을 구해서 파는 일반몰보다 다수의 소규모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마켓플레이스 형태의 중개몰이 더 빨리 성장하고 있다. 대형 인터넷 쇼핑몰의 주류는 이런 중개몰이 되고 있다.
    - 인터넷 쇼핑몰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상품은 의류이다. 의류/패션/악세서리는 인터넷 쇼핑에서 가장 거래규모가 큰 카테고리가 되었다.
    - 많은 상품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종합 쇼핑몰과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몰 중에서 전문몰의 숫자가 더 빨리 늘고 있다.
    - 많은 전문몰 창업자들이 중개몰을 거쳐서 전문몰을 열거나 동시에 운영한다.
    - 최근 전문몰의 증가는 의류 전문몰의 급성장에 기인한다.

    이제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그림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서두에 다루었듯이 대형화된 플레이어가 이긴다는 전통적인 전략 관점과 배치된다. 개미 군단이 의류 산업의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는 4억 소녀 등 히트업체들이 나오고 있지만, 월 매출이 몇 백이냐 몇 천이냐의 문제이지 여전히 작은 플레이어인 것이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우선 소비자 행동의 변화가 있다. 새로운 소비자의 행동은 옷이라는 카테고리가 인터넷과 잘 안 맞는다는 기존의 생각을 뒤엎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은 직접 보고 만질 수가 없기 때문에,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상품들이 어울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사실 합리적인 생각이다. 금융상품 같은 무형의 계약, 책이나 음악 등 정보 컨텐츠 같은 카테고리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여행이나 예약 서비스가 증가한 것은 그래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직접 감촉을 느낄 필요가 없이 정보만 오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옷은 전형적인 오프라인 상품이고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저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표현대로 아톰의 전형 아닌가? 옷을 사기 위해서는 눈으로 봐야 되고, 촉감을 느끼기 위해 손으로 만져보고, 몸에 잘 맞는 지 보기 위해 입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온라인으로 옷을 살 수 있는가? 가끔 인터넷으로 옷을 산다는 30대 여성은 이렇게 얘기하였다. “처음에 온라인으로 옷을 사게 된 것은 잡지 같은 곳에 보니까 좋은 사이트가 있다고 해서에요.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모델이 입고 있는데 옷이 예뻐 보였어요. 그리고 설명도 친절하게 상세히 되어있고, 물건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그래서 사보기 시작했어요. 또 인터넷 사이트 장점은 최근 어떤 스타일들이 유행인 지 트렌드를 잘 알 수 있는 것이에요. 처음에는 화면으로 볼 때 기대했던 것과 실제 스타일이 달라서 실망한 적도 있었어요. 반품하기도 했는데, 주로 모델이 입고 있지 않은 것들이 그랬어요. 반품이 가능하니까 쉽게 사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모델이 입고 있는 것들만 사서 거의 반품한 적이 없어요. 요즘엔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모델들이 입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옷을 사는 방법을 스스로 배우고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변화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다양성/개성 추구이다.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옷을 찾는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어서 예전처럼 무스탕이 유행하면 길가에 비슷비슷한 무스탕을 입은 사람이 넘쳐 나는 식의 획일적(?) 유행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소비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의류 업체들은 IMF 이전에는 시즌을 봄/여름과 가을/겨울의 6개월 단위로 나누었는데, IMF 이후에는 1개월이 기본이고, 온라인에서는 1-2주일이면 아이템이 바뀐다. 또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자신의 소비를 양극화하는 경향이 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명품을 사지만, 값싸게 살 것은 천원 한 장이라도 아끼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니즈를 메이저 의류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제한된 수의 브랜드를 통해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G마켓에서 여성의류 카테고리를 들어가보면 14가지의 중분류가 나오고, 그 아래에는 또 각각 10-20개 정도의 소분류가 있다. 중분류인 티셔츠를 보면 21가지의 소분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앞에 있는 기본/무지/민무늬티에 들어가보았을 때 1271개의 상품이 검색되었다. 겹치는 상품들도 있겠지만 (이런 상품단위의 데이터에 대해서는 지마켓이나 옥션 내부적으로도 항상 알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도 많게 들린다. 메이저 업체는 우수한 디자이너, 매장 운영, 마케팅 등에 있어서 고정비용이 많이 들고 또한 디자이너가 아무리 많아도 디자이너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또는 MD가 사 올 수 있는 디자인의 종류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앞에서 들어본 30대 여성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Hmall, CJ Mall 같은 큰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사다가 최근에는 전문 사이트들에서 많이 사요. 옷 스타일들이 마음에 드는 것이 많아서요. 광고 보고 알게 되는 경우가 주로 많죠. 지마켓 같은 곳에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물론 한 번 만족한 사이트는 믿음이 가서 다시 구매 하게 되죠.”소비자들은 자신의 개성에 맞는 감각 있는 니치 플레이어들을 찾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컴퓨터 보다 옷이 인터넷 쇼핑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지 하나의 설명은 가능하다. 컴퓨터는 표준화 되어 있는 상품이므로 판매자는 (뒤에서 얘기할 ‘튜닝’을 하지 않는다면)가격 이외의 경쟁이 어렵지만, 옷은 모두가 차별화된 독점적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롱테일 현상은 모든 경제현상이 그렇듯이 수요와 공급이 손뼉이 맞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비자의 수요 측면에서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가 있다고 해서 경제 현상이 바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적당한 공급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무엇이 의류를 이렇게 롱테일 플레이어가 번성할 수 있게 하였을까?책 본문에서 크리스 앤더슨도 얘기하듯이 생산이 쉬워지는 현상을 일단 생각할 수 있다.그렇다면 옷의 생산수단이 싼가? 그건 아니다. 옷이 조선소 같은 엄청난 생산 설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인이나 소기업들이 아무나 쉽게 생산수단을 가질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생산수단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설명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의류 산업의 전체 네트워크상에서 최근의 롱테일 사업자들이 부가가치를 비교적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류에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비용, 다른 말로 하자면 시장에서 뛸 수 있는 ‘입장료’가 싸진 현상이 있다면 그게 무엇인지 얘기해보자. 의류 중에서도 롱테일 플레이어들이 여성 의류에 유독 많은 것이 한 가지 힌트를 주고 있다. 남성 정장은 옷을 만들기 위하여 심지를 박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생산 설비가 꽤 비싸다. 이는 남성 정장은 몇 개 업체의 과점적 구도가 비교적 유지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아니면 한 벌 한 벌 수제로 맞추는 것이다. 이 또한 적당한 크기로 소량 생산하는데 적합한 방식은 아닌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복은 봉제공장에서 간단한 설비와 수작업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사실 중국으로 의류 생산 공장이 많이 이전하는 것도 공정에서 인건비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 의류 산업이 풀어야 할 오랜 숙제로 생각되는 문제였는데, 사실은 이 같은 수공 중심 생산은 수십 벌에서 1-2백 벌 정도 주문하는 데에는 적당한 생산방식인 것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국내 봉제 공장도 중국에 대한 비용의 열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 사람들은 보고 있었다. 회전 속도가 빠른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특히 정교한 바느질 솜씨 등을 요구하고, 소량 생산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한국 공장에 맡기게 된다고 한다. 살아 남은 봉제 공장들이 지방보다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관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 가지 디자인의 옷(이 업계의 용어로는 패턴)당 주문량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또 하나의 중요 원인은 동대문으로 대별되는 새로운 옷 유통 채널의 등장과 정착이다. 동대문의 현대적인 의류 시장이 등장하기 전에는 평화시장이 원단가게의 권리금은 30억 원에 이르기도 하였고, 청평화시장의 옷 가게 권리금도 2억 원 이상 하였다고 한다. 아무나 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동대문을 기점으로 의류 유통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지금은 권리금은 거의 없고 보증금만 2,000만 원대라고 한다. 이러한 진입장벽의 낮아짐이 젊은 의류 사업가들을 일차적으로 많이 유인한 것이다. 지금은 동대문은 온라인 사업을 함께 하는 사업자들의 오프라인 기반이 되기도 하고, 또한 온라인 사업자들이 옷을 조금씩 구매하는 도매상 역할도 하고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사장들은 거의 매일 동대문을 간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주목할 것은 최근에 많이 행해지는 상거래 관행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팔되 재고부담은 도매상이 진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사장으로서는 재고부담이 없으므로, 마음껏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뒤에‘튜닝’과도 관련 있겠지만, 쇼핑몰 사장들은 청바지를 사와서 장식을 달아서 팔기도 한다고 한다. 솜씨 있는 사람들은 버스 타고 가면서도 이런 일을 할 정도라고 한다.

    또한 옥션이나 지마켓 등의 중개몰과 메이크샵 등 인터넷 쇼핑몰 제작업체 및 배송, 결제, 사진 등 관련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등장이 이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발화하게 하였다. 옥션이나 지마켓은 소규모 사업자들이 지역과 시간의 제한 없이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주었다. 또한 직접 전문 쇼핑몰을 창업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간단한 등록 절차 등을 거치면 모든 상거래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는 초기 진입의 장이 되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쇼핑몰 제작 업체들은 웹 전문가가 아니라도 쇼핑몰을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제작하되 사이트 디자인에는 개별적 개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자유도를 제공함으로써 전문 쇼핑몰 창업을 용이하게 해 주었다. 배송, 결제, 사진 등 서비스도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과 인력을 줄이고 핵심 역할인 옷의 선별 구매, 디자인, 코디네이션, 효과적인 진열 등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패션 감각과 창의력이 있는 인재들이 공급되는 점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 주로 20대에서 30대 초반인 이들은 TV와 음악을 끼고 살아 왔으며, 인터넷도 자유롭게 하는 사람들이다. 연예인 문화가 일상생활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세대이다.옷 입는 감각은 모델이나 연예인 이상인 사람들도 많은 세대이다. 또한 새로이 각광받던 디자인 관련 교육을 받았으나, 메이저 업체들의 취업 기회는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인터넷에서 도/소매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권준수 사장(남, 32세,  www.i-ozzi.com).왜 의류사업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돈이 벌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권사장은 세련된 감각을 가진 체격 좋은 호남형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을 했었으나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뜻이 없던 경민대 인터넷 비즈니스 학과에 진학을 했으나, 결국은 중퇴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에는 틈틈이 배워둔 베이스 실력으로 밴드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의류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권사장님은 기타 판매가게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직접 기타 판매가게를 운영하다가 큰 빚을 지기도 하고, MBC에서 음향담당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들의 남다른 패션 감각을 눈 여겨 보신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의류사업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부터 약 15년 전인 고등학교 때 이미 청바지에 직접 만든 체인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었다고 하니 감각이 많이 앞서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네에서 함께 농구를 하면서 안면을 익힌 선배가 일하는 동대문 매장에서 심부름을 시작했다. 그 당시 월 60만원 받으면서 일했는데 돈이 아니라 경험을 위해서 밤낮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곧 3천 만원을 투자하여 동대문에 매장을 하나 내면서 정식으로 의류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최근 온라인 의류사업의 전망이 좋은 것을 감지한 권사장은 곧 온라인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여 현재ozzi라는 브랜드로 여성 옷과 가방을 판매하고 있다. 향후 은퇴 계획에 대해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널찍한 창고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게임기도 하나 갖다 놓고, 엔진소리 좋은 머스탱을 멋지게 튜닝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ozzi 브랜드를 여성 캐주얼뿐만 아니라 여성 정장, 남성복 등으로 라인을 확대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권준수 사장이 상대적으로 공부보다는 자유분방하게 언더그라운드적인 경로를 밟아왔다면, 1년 여간 온라인 의류사업을 하면서 대학에서 패션 전자상거래 강의도 하고 있는 박지수 사장(여, 36세,  www.borntoshop.co.kr)은 모범생적인 삶에서 방향을 전환한 경우라고 하겠다. 서울대학교에서 의류학으로 석사까지 마치고 나서 2000년부터 2년간 인터넷 MBC에서 웹 비즈니스 사업 기획 및 컨텐츠 기획을 담당했던 박사장은 작년 여름 본인의 전공과 경험을 살려 본격적으로 온라인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5개월 동안 웹사이트 구현부터 상품 구매까지 일일이 혼자 준비한 후 처음 borntoshop.co.kr 사이트를 오픈한 이후 휴가는커녕 주말에도 항상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면서 쉴 정도로 정성을 쏟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가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 여성들이 격식에 어울리면서도 편안하고 감각 있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비하고 있다. 요즘 흔한 오픈마켓에 입점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서만 판매를 하는 이유를 물으니 지향하는 시장이 가격경쟁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오픈마켓은 borntoshop에 집중해야 맞는 시장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수많은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들 중에서 확실한 개성과 컨셉으로 두터운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학 강의실에서도 그것을 많이 강조한다고 했다. 그리고 강의실에서뿐만 아니라 사업 현장에서도 그 원칙에 따라 사업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특별히 온라인 광고를 하지도 않고, 오픈마켓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사이트를 홍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마케팅 노하우를 살짝 알려주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비효율적인 광고보다 패션에 관심 있는 핵심 고객들을 잡을 수 있는 패션 잡지에 협찬을 하면서 주로 홍보한다고 했다. 앞으로는 해외 패션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서 borntoshop 스타일을 좋아하는 현재의 고객을 매니아 고객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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