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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롱테일과 새로운 기회 (5) - 오프라인에서도 롱테일은 있을까?
    초기 이노무브 글 2006. 11. 3. 14:36

    옷의 롱테일 현상은 온라인 하부구조를 발판으로 시작한 현상이긴 하지만 꼭 온라인 상거래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어차피 거의 모든 사업이 인터넷에서 존재와 개성을 알리는 것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는 지금,이러한 현상이 오프라인의long-tail boutique shop으로 번져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오프라인에서도 개성 있는 옷 가게를 하는 젊은 여성도 만나보았다. 물론 예전부터 독립적인 소규모 옷 가게는 존재하여 왔지만, 온라인에서처럼 창의적인 구색 및 디자인 감각으로 무장한 롱테일 플레이어들이 오프라인에 생겨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온라인 오프라인
    정보 컨텐츠 #1 (bit-online) #2 (bit-offline)
    실물 (또는 실물적 서비스) #3 (atom-online) #4 (atom-offline)

    인간이 사용하는 상품/서비스와 유통채널을 기준으로 위의 네 가지로 사업모델을 구분하여 보자. #1에 해당하는 사업모델의 대표적인 것은 애플의 iTune이나 국내의 많은 음악 사이트들처럼 디지털 컨텐츠를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가장 롱테일 현상이 쉽게 발달할 수 있는 경우이고, 현재 이미 그러한 현상을 많이 보이고 있기 때문에 책 본문의 많은 사례가 이 부분에 집중되어 있기도 하다.

    #2는 정보 컨텐츠의 오프라인 판매이다. 게임 소프트웨어를 매장에서 CD로 판매하는 경우가 이런 모델이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이러한 방식의 정보컨텐츠 유통은 특수한 환경이나 상품의 니치 시장으로 국한되고 #1이 주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음악에서는 이미 이러한 변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다른 분야는 속도는 각각 다르지만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과 #2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 상품은 여전히 책이나 CD의 형태로 존재하되 온라인 상에서 주문과 결제가 이루어지고,배송을 하여주는 방식인데 이 경우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상품의 본질적 성격상 포장이나 창고가 필수적이지 않은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뭔가 마케팅적으로 오프라인적 요소가 필요하거나, 인터넷으로 전송되기에는 파일 크기가 너무 크거나 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유통이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이 모델은 그 자체가 니치 세그먼트가 될 것으로 보이며, 주류인 bit-online에서 제공하지 않는 니치를 제공하는 자체로 롱테일화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의 경우는 실물,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경우이며, 우리가 앞에서 자세히 논의한 의류 쇼핑몰이 이러한 모델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의류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환경에서 롱테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4인 atom-offline의 경우인데, 가장 전통적인 사업모델이다.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사거나, 전자상가에 가서 TV를 사거나,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상품/서비스와 제공하는 장소 모두가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경우이다. 사실 이러한 환경에서도 롱테일화가 일어날 것이냐가 가장 궁금한 질문일 것이다. Atom-offline의 롱테일화에 대한 생각은 “롱테일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 없음”이다. 롱테일 현상에 있어서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인터넷이 필요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필자는 튜닝(tuning)이 롱테일로부터의 안전지대로 생각하기 쉬운 atom-offline에서의 롱테일의 시작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튜닝이란 일반적으로 제품의 기능, 성능, 또는 외관 등을 원래의 상태와 다르게 개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보편화된 것은 자동차이다. 네이버, 야후 등에서 ‘자동차튜닝’을 검색해 보니 사이트가 300개 정도가 나왔다. 물론 이 중에는 튜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자동차 관련 단체 등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처음 한 두 페이지의 검색 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튜닝 관련 업체나 단체임을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검색한 첫 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이트들 중의 몇 개만 보자면 다음과 같다.

    • “하이튜닝 - 튜닝 전문업체, 튜닝카 동영상과 갤러리, 튜닝정보, 자동차벼룩시장, 질문게시판 제공”
    • “튜닝월드 - 자동차 튜닝 및 용품 쇼핑몰, 흡배기, 서스펜션, 엔진, 브레이크, 터보 휠타이어 등 판매”
    • “마이스타일카 - 자동차용품 전문 쇼핑몰, 실내외용품, 튜닝 및 DIY용품, 차량용 악세사리, 스티커 판매”
    • “드리프트 - 자동차 레이싱 테크닉, 자동차 튜닝 강좌, 스포츠카 소개, 자동차 수입 매뉴얼 수록”
    • “PC4CAR - 카PC 동호회, 차량용PC 사진, 부품 별 문답게시판, 도면, 회로도,기술자료 등 수록” (자동차용 컴퓨터 장착 관련 사이트)
    • “익시온 디자인 - 자동차 에어로파츠, 에어댐, 드레스업 튜닝 디자인 전문업체,자동차용품 쇼핑몰 온카몰 운영”
    • “뉴비틀스 클럽 - 폭스바겐 뉴비틀 튜닝정보, 튜닝팁, 튜닝메뉴얼, 뉴비틀 용품,튜닝Q&A, 자동차 사진 수록”
    • “R sonic - 자동차 튜닝, 레이싱 동호회”

    웹사이트가 없거나 있더라도 네이버나 야후에 등록되지 않은 사이트들도 있을 것임을 생각하면, 300개 이상의 튜닝 관련 업체나 단체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튜닝은 흔히 드레스업(dress up) 튜닝과 퍼포먼스(performance) 튜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드레스업 튜닝은 차량의 외형 또는 내부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다. 운전대나 시트커버를 맘에 드는 디자인으로 교체하는 것에서부터, 에어댐(자동차 전면과 측면 아래쪽에 설치하는 장착물)이나 스포일러(자동차 뒤쪽에 날개처럼 다는 것)를 설치하는 것 등이 주로 많이 행해지는 튜닝이다. 퍼포먼스 튜닝은 엔진이나 흡기 배기 관련 성능을 향상시켜 자동차의 속도나 코너링 등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관련 계통을 개조하는 것이다. 타이어를 바꾸는 경우 등처럼 외형과 성능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스포일러나 에어댐의 경우도 외관을 치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이지만 성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튜닝을 왜 하는 것일까?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하여?맞는 말이긴 하지만 단순히 그 뿐이라면 좀 더 나은 차를 사면 될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충분히 좋은 차들이 많다. 성능이 너무 안 좋아서 못 타는 차도 거의 없고, 빠른 차를 원한다면 (물론 돈이 더 들 수 있겠지만) 그런 차를 사면 된다. 멋, 성능 모두 맞지만, 이를 위하여 차를 구입하기보다 튜닝을 하는 동기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개성’이다. 나만의 개성적인 차를 갖고 싶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크리스 앤더슨도 언급하였듯이 차의 종류도 많아졌다. 미국에서 60년대에는 40종이 시판되었으나, 현재는 250종, 게다가 변형 모델을 포함하면 1,000여 종이 시판되고 있다고 하였는데, 1,000여 종이라고 하면 과거 대비 무척 많아진 숫자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에는 같은 차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은 만나기 어렵지만, 포니1이나 제미니를 갖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길에서 내 차와 같은 차를 만나지 않을 확률은 거의 없다. 차의 종류가 아직 너무 부족하다면 개성적인 차를 갖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은 튜닝뿐인 것이다.

    자동차 튜닝 시장은 이미 상당히 큰 시장이다. 2006년 7월20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자동차 튜닝시장은 1조원 정도의 규모이다. 생각보다 크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일본 시장은 2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향후 우리나라의 자동차 튜닝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게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같은 기사에서 나오는 소비자들의 의향이다. 20-50대 자가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튜닝을 한 사람은 5%에 그쳤지만, 자동차 튜닝을 고려해 보았다는 사람은 25%였다.

    튜닝은 자동차처럼 비교적 오랫동안 그러한 현상이 있어온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네이버에서 휴대폰 튜닝을 검색하니 19개 사이트가 나왔다. 그 중의 한 사이트 설명을 보자면 “핸드폰 튜닝 전문업체, 개조, 스티커, 코팅, 도색, 튜닝 갤러리 안내 및 창업정보 제공”이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와 있는 휴대폰 튜닝 관련 질문도 수만 개였다. 휴대폰 튜닝은 주로 키패드나 휴대폰 외관을 다른 색깔이나 무늬로 치장하는 종류의 튜닝이 많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개성’의 표출인 것이다. 수백 가지의 휴대폰 종류가 있지만, 각 개인에게는 내 휴대폰과 똑 같은 휴대폰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개성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뭔가 원작에 없는 장식과 변형이 필요한 것이다.

    신발에도 튜닝이 있다. 신발 튜닝은 주로 스니커즈 종류의 운동화에 무늬를 그리는 것이다.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전문성으로 인하여 전문점에서의 튜닝이 많은데 반해, 신발 튜닝은 원하는 디자인을 그려주는 업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재료를 사서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탤런트 윤은혜가 MBC 드라마 ‘궁’에서 튜닝한 신발들을 신거나 선물하여 상당히 화제가 되었는데, 사실 신발 튜닝 문화는 언더그라운드적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주류 회사들 중에서도 이를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ABC마트,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대형업체가 튜닝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있고, 노네임스(http://www.nonamesmall.com)같이 튜닝을 위한 민무늬 신발을 주로 파는 곳도 생겨났다. 네이버의 지식 검색에 올라 있는 신발 튜닝 관련 질문도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수만 개였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친다는 관점에서 보면, 튜닝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이 밖에 또 있다. 아까 본 의류에서도 튜닝적인 현상은 있다. Borntoshop의 박지수 사장에 따르면, 직접 완제품을 디자인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나와 있는 제품을 변형시키는 것은 많이 한다고 한다. 인테리어도 건축물의 튜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아파트나 상업 공간에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고, 자신의 취향과 편의에 더욱 맞도록 이것 저것 고치는 것이다. 인테리어 시장은 이미 10조원 시장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10% 이상은 가정집을 꾸미는 홈 인테리어 시장이고, 계속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면 튜닝, 교과서 튜닝… 이런 말들도 인터넷에서 튜닝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을 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실제로 웹사이트에 방문하여 보았을 때는 한 개인이 재미로 해 본 일 정도여서 그런 니치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단어들을 들었을 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발 튜닝을 하는데 입맛에 맞게 라면 튜닝을 못 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표준화된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에도 고유의 개성을 더해서 만드는 라면 전문점들은 꽤 많다.

    튜닝은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을 틈새시장이나 개인의 니즈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이지만, 이런 굴뚝산업 공산품의 롱테일이 그 ‘완제품’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까지 침투할 가능성도 보인다. CDMA 원천기술의 보유자로 잘 알려진 퀄컴Qualcom은 대표적인 무설비업체fabless이다. 즉 이 회사는 연구개발을 해서 고성능의 칩을 설계만 하고 생산은 위탁생산업체foundry에게 맡긴다. 이것은 거액의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반도체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다른 전자업에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카메라칩으로 알려진 코아로직, 엠텍비전 등 꽤 많은 IT벤처기업들이 무설비업체들이다. 이같은 회사들은 전자산업은 제조업이고 장치산업이라는 통념을 깨고 정예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전자업계의 디자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생산을 대행해주는 위탁생산업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코아로직 제품의 생산을 동부아남반도체, 후지쯔,삼성전자 등의 대기업에서 하고 있다. 대기업이 작은 회사의 하청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로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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