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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롱테일과 새로운 기회 (6, 끝) - 화가가 될 것이냐? 캔버스가 될 것이냐?
    초기 이노무브 글 2006. 11. 12. 17:00

    이렇듯 롱테일 현상은 온라인에서는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싹이 트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그렇다면 경제 주체들은 각각 어떻게 롱테일 경제에 임해야 할 것인가? 롱테일은 두 가지 종류의 사업기회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이 롱테일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고,또 하나는 롱테일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화가가 되는 기회와 캔버스가 되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롱테일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은 앞에서의 사례로 설명하자면 만화를 그리고 동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옷을 고르고, 코디하고, 디스플레이하고, 디자인 하는 것이다. 자동차, 휴대전화, 신발을 튜닝하는 것이다. 아파트나 사무실에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을 하는 것이다. 이 현상이 널리 침투하면 결국 최종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상품은 롱테일 플레이어들이 제공하고, 현재의 최종상품들은 최종적인 상품이 아닌 반제품이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롱테일 플레이어가 이러한 완성품 아닌 완성품에 더하는 부가가치의 원천은 ‘창의력’이다. 과거에 기업이 경쟁을 하는 원천은 원재료의 독점, 규제, 특허 등의 진입장벽이 많이 있었으나, 롱테일 플레이어의 경우에는 이러한 환경적인 보호막은 약할 것이다. 롱테일 플레이어가 번성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롱테일 플레이어는 오직 개성 있고 차별화된 옷, 만화, 동영상, 자동차,휴대폰, 인테리어를 만드는 상상력과 재주가 경쟁력인 것이다.

    이러한 롱테일 플레이어는 자신의 사용을 위하여 스스로 물건을 튜닝하는 사용자인 경우도 있고, 남들에게 보여주거나 파는 것이 목적인 사업자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롱테일 사업가들의 경우 일차적인 경쟁자는 소비자일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제공하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대기업은 직접 롱테일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어렵고, 그다지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롱테일 플레이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강한 개성을 전제로 하는데 그러한 속성은 대규모 사업이 되는 방향과 근본적 충돌이 있다. 한 사람의 복서가 동시에 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이 될 수 있겠는가? 롱테일은 가지 수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강한 개성을 지녀야 매력을 갖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현재의 대기업 모델이 하나의 히트작을 위하여 천명이 일하고 일인당 오천만 원씩 버는 것이 목표인 사업이라고 한다면, 롱테일 플레이어는 한 명이 일해서 일억 원을 버는 것이 목표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 원짜리 영화를 만 명이 구매한다면 매출은 일억 원이다. 히트 중심 모델에서는 실패이겠지만, 롱테일 플레이어에게는 대박인 것이다.

    또 하나의 기회는 롱테일을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롱테일 플레이어들을 위한 생산수단과 유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판도라 TV나 엠군은 동영상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고, 네이버 툰이나 도전 만화가는 만화에서, 동대문과 지마켓과 쇼핑몰 제작 사이트는 옷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에서는 각종 업그레이드용 부품들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고, 신발에서는 단순한 운동화와 직물용 물감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내용이나 영상미의 차이는 있겠으나 만화나 동영상처럼 상대적으로 완제품 제작이 가능한 경우에는 완제품 제작이 가능한 도구를 제공하고, 자동차나 휴대폰처럼 완제품 제작이 어려운 경우에는 튜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좋은 출발일 것이다. 롱테일 플레이어들이 창의력을 가장 쉽게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실상 가장 처음 나타난 롱테일적인 현상인 블로그는(한국에서의 싸이월드 같은 미니홈피도 마찬가지임)‘나도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다’라는 점 때문에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 보자. DIY(Do it yourself, 반제품으로 제공되어 조립을 해야 쓸 수 있는 가구) 가구를 공급하는 것은 롱테일 도구를 제공하는 것일까? 최종 사용자가 최종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이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에서 얘기한 ‘캔버스’는 아니라고 본다. DIY 가구는 그 자체로는 롱테일 플레이어의 ‘개성’을 살려주지 못 한다. 대량 생산하는 가구를 마지막 공정만 사용자에게 넘긴 것이다.비용절감이라는 가치를 만족시킬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로 창의성 도구는 아닌 것이다.이상적인 롱테일 도구라면 편리한 생산과 유통 수단을 제공하되 ‘개별적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어야 한다. 이러한 롱테일 캔버스 사업은 소기업도 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래의 경제는 지나간 역사와 많이 다를 것이다. 롱테일은 우리가 사는 모습을 바꿀 주요한 트렌드 중의 하나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으로 믿는다. 작은 것, 독특한 것은 과거에는 약한 것, 변두리 정도의 취급을 받았으나 점점 우리 주변에는 작고 독특한 것으로 둘러 싸여질 것이다. 물론 대기업, 대량 소비, 히트 상품은 있을 것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좀더 과감해진 소비자와 공급자들로 변모하여 무대의 전면을 장식할 것이다. 자신 안에 있는 피카소나 이중섭을 드러내어 화폭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한 화가들의 뒤에는 화가의 창의성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려는 캔버스와 물감의 향연이 있을 것이다. 롱테일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점유율 지상주의나80/20보다 훨씬 평화적이다. 경쟁자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당신이 풀어야 할 질문은 “1등을 할 수 있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이다. 모차르트를 없앨 것이 아니라 살리에리만의 음악을 만들거나 수많은 모차르트들이 피어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라.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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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mitted by imstory (not verified) on Mon, 2007-05-28 13:56.

    지난 5월 23일 세미나 강연은 잘 들었습니다.
    세미나 이후 질의 응답이 있었는데요, 제가 이해를 잘못했을 수 도 있으나 더 고려해볼 사항이라 생각하고 트랙백이 안되어 커맨트로 링크남겨봅니다.

    쇼핑몰사업자는 롱테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Submitted by hyokon on Tue, 2007-05-29 13:20.

    쓰신 글을 보니, 제가 그 날 정확히 전달을 못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쇼핑몰이 화가'라고 했을 때의 쇼핑몰은, 최근에 많이 생긴 여성 보세 쇼핑몰 같이 직접 팔고 진열할 물건을 고르고, 디자인 하기도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지마켓이나 옥션도 쇼핑몰로 불리고 있지만 이들은 저희 정의에 의하면 '캔버스'입니다. 이들은 직접 어떤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할 지 결정하지 않죠. 그런 일들은 입점 업체가 하게 합니다. 지마켓, 옥션 같은 중개몰(오픈마켓) 외의 일반몰들은 아무리 대형 쇼핑몰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물건을 골라서 팔기 때문에 화가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존은 두 가지 모습이 섞여 있지만, 점점 캔버스적인 모습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직접 책을 사서 팔기도 하고, 다른 서점의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점점 마켓플레이스적인 모습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직접 책을 사서 파는 경우에도 온라인서점의 특성으로 인하여 책을 별로 고르지 않고 거의 모든 책을 다 입점합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출판사를 위한 캔버스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질문 감사드리고,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Submitted by Anonymous (not verified) on Mon, 2006-11-13 15:47.

    80/20이라는 것보다는 평화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매일매일
    치열한 경쟁속에 존재하는거...^^
    어째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기대기대

    Submitted by hyokon on Mon, 2006-11-13 18:01.

    단지 1000억짜리 대박 1개 대신에 5억짜리 대박(?)이 200개 있을 수 있는 시장이 오고 있다는 그림을 예상합니다... 진입장벽이 낮으므로 대박의 기준도 낮아지는 거죠. 저희가 말씀드린 의류 쪽의 변화를 보십시오. 먼 미래만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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