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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지도층과 피지도층의 차이
    생각 2008. 5. 4. 22:47

    누가 지도층인가? 권력? 돈? 유명세?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도층은 다른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지도층은 사회적 규율을 만들고 앞서 지키는 사람이고, 규율을 살살 피해 다니는 사람들은 이끌림을 당해야 할 피지도층이다. 나는 난 구멍가게만한 사업을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 지도층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고 있다. 나도 배울 것이 까마득하게 많고 흠도 많지만, 그래도 지도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는 이유를 몇 가지 써본다.

    1. 나는 현역으로 복무하여 병장 제대했다. 많은 주변 친구들이 부모님이나 아는 사람들을 통해 방위 심지어 면제를 받는 것을 보았다. 나도 신체 검사 받는 날 친척이 소개해준 병무청 직원을 만났었다. 방위로 빼줄테니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놔두십시오."라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2. 미국에 유학 중이었을 때, 아내의 첫 아이 출산일이 다가왔다. 미국에서 낳으려고 생각하면 낳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한국에 와서 출산하였다. 미국 친구들은 왜 미국에서 아이를 낳지 않았냐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병원비가 비싸고, 돌볼 사람이 없어서 보냈다고 답했지만 내 속마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들이 나와 다른 나라 사람이 되는 것은 싫다'는 마음이었다. 내 마음이 드러낳는지, 미국 친구들은 "Hyokon is a proud Korean."이라고 농담조로 얘기했다. 우리 말로는 "효곤이는 자부심 강한 한국이쟎아. 어련하시겠어." 정도의 의미일거다. 한국 사람이라고 다 미국시민 되려고 목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 괜찮았다.

    3. 법인으로 전환하기 전 개인사업자 시절에 사업규모에 비해 세금이 많이 예상되자, 주변에서 약간은 탈법적인 절세 방안을 얘기해주었다. 다들 그렇게 한다면서. 하지만, 원래 그대로 신고했다. (다 낼 각오를 했는데, 세무서에서 성실 납세자인가 하는 것으로 세금을 좀 깎아주었다.)

    4. 또 다른 세금 신고가 있었는데, 회계장부로 신고하는 것보다 약식으로 (말하자면 회계자료를 신고하지 않고 정해준 추정 방법대로) 하면 상당히 절감된다고 했다. 회계를 평소에 제대로 안 하는 영세사업자들을 위한 제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불법은 아니라고 했다. 세법은 잘 모르지만, 복식 회계를 정상적으로 해 왔는데 약식으로 신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여 원칙대로 신고했다.

    5. 비용에는 회색지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조사비다. 예전 직장 동료의 경조사비는 회사돈으로 내야 하나? 개인돈으로 내야 하나? 나도 한 동안은 '향후 채용대상, 고객, 파트너가 될 사람들이니까'라고 생각하면서 회사돈으로 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들중 많은 사람들이 인간적으로도 친해서 사업상의 목적 아니라도 경조사에 갈 사람들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 이런 잔 돈에 (회사돈으로 하면 세금이 공제되므로 조금 이익) 신경 쓰는 나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 때 부터는 업무 관계와 사적인 친분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의 경조사비는 개인 돈으로 낸다. 이런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럴 필요가 있나 마음속 갈등도 있었지만 계속 이렇게 하다보니 극복 되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위의 얘기들만 들으면 마치 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겠다. 사실은 반대로 기업의 존재 목적은 좋은 상품을 만들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시장경제는 서로간의 자율적인 약속에 기반하는 것이며, 이를 막는 규제는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종류의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가) 위에 세금낸 얘기들을 적어놓아서, 마치 내가 세금 많이 내고싶어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나도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길은 항상 관심있다. 세무사에게는 "우리 같은 구멍가게에서 내가 웬 세금을 이렇게 많이 내나", "세법이 정직하게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불리하고 부정직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것 같다"라고 불평도 많이 한다. 또한 종부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문제 많은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몰론 내라는 대로 제 때에 다 냈다. 요즘 내 수입에 비하여 세금은 좀 많이 낸다고 생각한다.

    나) 작년에 인큐베이션 사업으로 내 초점을 이동하면서, 컨설팅을 대신 이끌어갈 사람을 구하는데 실패한 후 고심 끝에 컨설턴트들에게 '회사를 떠나서 새 길을 찾는게 좋겠다'라고 얘기했다. 인큐베이션에는 엔지니어가 필요하지 이런 고급 조사/분석 인력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회사에 더 있어봐야 물질적/정신적 부담만 되고, 한창 일하고 배울 시기에 일이 없어서 허송세월할텐데 서로 괴로울 것이다. 난 이 부분에서는 잭 웰치의 생각에 공감한다. 회사와 맞지 않는다면 나가서 새 길을 찾게 하는 것이 냉혹해 보이지만, 결국은 더 도움되는 것이다.

    다) 나는 기업의 기부행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하려면 각 개인이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기부를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연말에 자선남비에 몇 번 푼돈 넣은 것 외에는. 태안에 봉사활동 하러 가지도 않았다. 내가 현재 사회를 위해 가장 해야할 일은 우리회사가 하는 일이 잘 되게 하는 것과, 나와 우리 가족이 사회에 짐 안 되게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세금 잘 내면, 기본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해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나중에 기부를 하더라도 금전적인 것 보다는 시장경제와 기업가정신 교육 자원봉사 같은 것을 하고 싶다. 유태인이 얘기하듯이 고기보다는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 기업의 역할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시각에는 조건부로만 동의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free agent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체에서 인사부서원으로 일하기 보다는 인사 서비스업으로서 여러 회사의 인사 업무를 대행하는 식으로. 소수의 핵심 인력 외에는 아웃소싱하는 형태가 많아질 것이다.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만, 그것이 꼭 전통적인 정규직 고용 형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회 일각의 몇 가지 주장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세금 절약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 세금은 돈을 버는 개인과 기업만이 낸다. 세금 때문에 망한다는 것은 이익/소득 때문에 망한다는 얘기다. 논리적 모순이다. 나도 사업 시작한지 4년째인데 낼 세금 다 냈지만, 그 것 때문에 망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들었다. 장사가 안 될 때 망할까봐 불안했지, 세금 많이 나와서 불안하지는 않았다. 이익이 났기 때문에 세금이 나온 것이니까 당연히 낼 돈도 있었다. 큰 이익을 낸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 빚도 지지 않고, 외부 투자도 안 받고, 하고 싶은 분야에서, 내 소신대로 사업하고 있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탈법적인 방법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우스운 얘기다.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 원했으면 애초에 다른 주주들을 끌어 모으지 말았어야 한다. 상장해서 기업이나 개인으로서 득은 득대로 보고, 그로 인하여 지분율이 떨어진 것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방어하려고 한다는 것은 정부 이전에 타 주주에 대한 월권이고 CEO로서의 권력 남용이다. 세금 내면 지분율 떨어진다? 맞다. 하지만 어차피 2세, 3세 경영자가 될 수록, 특히 상장회사는 전문경영인화 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안정될수록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잘 관리하는 것이 주 업이 된다. 자식이 진정으로 기업가적 자질을 보인다면, 그 중 적성에 맞는 사업 하나만 골라서 확실하게 대주주로 넘겨주거나 아니면 현금으로 주고 사업을 일으켜보라고 해라. 어차피 자질 안 되는데 소수 지분으로 물려주어 봐야, 사냥감 밖에 안 된다.

    왜 이렇게 난데없이 제 자랑 같은 얘기를 하느냐고요?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생각해 온 많은 분들이 사실은 피지도층이라는 실망감에 잘난체라도 하고 싶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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