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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인사 - 진짜 젊은이
    생각 2009. 1. 2. 09:01

    새로운 한 해입니다. 2000년대를 맞이하는 경이로움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사람을 제약하는 환경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마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간일 것입니다. 나이는 삶의 양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화적, 심리적 요인입니다. 이 나이에는 이렇게 사는 것이 좋다라는 통상적인 관념이 있습니다. 보통 30대까지, 늦어도 40대까지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60대 이후에 새로운 일을 한다고 하면 좀 특이한 사람으로 치부되거나, 심하면 나이값 못하는 철없는 사람 취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캘러웨이는 일류 골프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Ely Callaway가 골프 사업을 시작한 것은 60대 때입니다. 그 전에 그는 섬유, 와인 등의 사업을 했습니다. 큰 헤드를 주류로 만든 Big Bertha 드라이버를 내놓아서 캘러웨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것은 그가 72세였을 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록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퀸을 시작할 때 물리학 박사과정 학생이었지만, 퀸이 성공하자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음악가로서 살게 됩니다. 그런데 박사과정을 떠난지 30년도 넘은 2007년에 그는 (“A Survey of Radial Velocities in the Zodiacal Dust Cloud”라는 제게는 이름도 어려운) 박사논문을 완성하여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됩니다. 그는 60세였습니다. 그는 한 대학의 학장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지금도 기타를 매고 록음악 공연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감탄케 하는 것은 이런 성공담이 아닙니다. 정주영 회장은 72세에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되었습니다.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이제 물러나는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5년뒤, 78세 때에 그는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였습니다. 그는 실패하였습니다. 그 뒤의 삶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저도 그의 결정이, 또는 그 접근방법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 나이면 은퇴해야 한다, 기업인은 정치하면 안 된다 등의 통념의 눈으로는 말이 안 되는 도전을 했습니다. 일생을 공들인 탑을 한순간에 허물어뜨릴 수 있는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게서 이글거리는 열정의 젊은이를 봅니다. 알을 부화시키려고 달걀을 품고 있는 어린 에디슨을 봅니다. "아버지를 왜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습니까?"라고 절규하는 홍길동을 봅니다. 금지된 사랑에 몸을 바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봅니다. 그는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의 가슴은 미래에 대한 꿈으로 쿵쾅쿵쾅 뜁니다.

    우리는 모두 도전의 열매가 어떤 맛인지 압니다. "나도 운전을 할 수 있구나", "나도 외국인과 대화가 되는구나", "나도 이제 인터넷을 할 수 있구나"... 나아가서 뭔가 세상에 기여를 했다는 느낌도 압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구나", "내가 참여한 일이 완성되어 사람들이 사용하는구나"...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도전하고, 그 희망이 도전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도전을 한다는 자체가 우리의 정신이 싱싱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우리가 인간임을 증거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보냅니다. 성공의 짜릿함도, 실패의 아픔도 과정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합니다. 도전 과정 자체가 즐겨야 할 소중한 시간이고 감사해야 할 축복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도전자에게는 황금기입니다. 풀어야 할 문제가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도전할 거리가 넘칩니다. 거창한 것만 도전이 아닙니다. 주변을 정리 정돈하는 방법, 출퇴근하는 방법을 새롭게 하는 것도 도전입니다. 담배를 끊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전입니다.

    도전은 젊음의 특권입니다. 하지만 그 젊음은 육체가 아닌 정신의 젊음입니다. 20대에도 늙은이가 있고, 80대에도 청춘이 있습니다. 육체적 나이듦은 자연의 섭리지만, 정신적 노화는 자기 자신의 책임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뭔가에 도전하고, 정신적 평균 연령이 낮아지는 2009년이 되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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